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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규 차장(취재2팀장)
무도인들이 경찰 제복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10일 경찰청은 태권도, 유도, 검도 종목의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와 국내 전국대회 우승자를 대상으로 순경 특별채용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경찰 공무원의 인기가 높다보니 지원 자격이 다소 까다롭다. 해당 종목의 공인 4단 이상 단증 소지자이어야 하고,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이거나 국내 전국대회 대학부 이상 우승자여야 지원이 가능하다. 레슬링이나 복싱 등은 제외시켰으며, 태권도(25명), 유도(15명), 검도(10명) 유단자들로만 총 50명을 선발한다.
합격자들은 중앙경찰학교에서 34주간 기본교육을 받고 1년간 지구대 등에서 지역경찰로 근무한 후 조직폭력이나 강력사범 검거 등이 필요한 수사부서에 배치된다. 경찰은 이번 무도경찰관 특별 채용으로 강인하고 당당한 경찰상을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994년에 1명, 2004년에 3명의 메달리스트를 순경으로 특채한 바 있으나 이번처럼 대규모 특채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경찰이 되려는 지원자가 부족해서 특채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은 해마다 성황리에 실시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지난해까지 20:1이 넘는 높은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 실기시험, 인·적성 검사와 면접을 통과해야하는데, 대부분의 지원자는 1차 필기시험에서 떨어진다. 고시생들 사이에서는 ‘경찰 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시험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필기시험은 고등학교 졸업생이면 누구나 붙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출제가 된다. 지원자 대부분은 필기시험을 합격한다. 대신 인·적성 검사라고 할 수 있는 신원 조사,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심리 테스트, 인터뷰 과정에서 탈락하게 된다.
상세한 인생경력이 포함된 신원조사의 경우 지원자의 이전 근무지, 학교, 이웃, 친척, 배우자, 은행거래, 전과 기록 등 모든 기록을 검토해 조사 기간만 약 6~12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경찰관 지원 후 1년 정도 검증을 받고서야 최종 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경찰이 되는 것이 아니다. 훈련소 입교해 약 6개월 정도 기초 훈련을 받는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상당수의 예비 경찰들이 이 과정에서 중도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이 되기 위해서 몇 년씩 노량진 고시원에서 영어와 한국사 등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채용 절차다. 경찰이 되기 위해서 책임감, 도덕성, 인내력, 기초 체력 등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경찰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영어나 한국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으로 선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경찰은 이제라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해마다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찰과 시민들에게 존경 받고 높은 연봉을 받는 미국 경찰의 차이점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경찰 선발 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범인 검거 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도인을 특채해야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효과적인 경찰 선발 방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학원 고시생들과 무술인 특채로 채워지는 경찰 인력기반은 자칫 국민과의 간극이 벌어지고 영혼이 없는 경찰조직을 비대화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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