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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낮으론 햇살의 뜨거운 기운을 쪼여서 익힌다. 밤으론 차가운 공기가 냉각시켜서 부피를 더욱 압축시킨다. 이런 식으로 점점 여물고 익어간다. 8월의 처서에 생겨난 벼의 알들이 10월의 튼실한 쌀알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대장장이가 칼을 만들 때 먼저 풀무로 화로의 불을 피워 쇠를 달군다. 그런 다음 망치로 두들기는 메질과 물에 넣어 급격하게 식히는 담금질을 여러 번 되풀이한다. 이는 열을 가해서 불리고 익힌 다음 두들기고 냉각시켜 압축시키는 과정이다.
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대장간에서 칼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결실이나 열매 모두가 불과 물 즉 水火(수화)를 이용하여 여물고 단단하게 하는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고 만들어진다.
모든 결실은 鍛鍊(단련) 혹은 精鍊(정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눈앞의 9월이야말로 天地(천지) 혹은 自然(자연)이 풀무와 화로, 그리고 메질과 담금질을 통해 이 세상 모든 결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작업을 약간 詩的(시적)으로 표현하면 하늘과 땅이 하나의 거대한 火爐(화로)가 되고 그 사이를 불어가는 바람으로 풀무를 삼으며 낮과 밤의 일교차로서 메질과 담금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 과정은 지난 달 8월 23일의 處暑(처서)로부터 시작되어 이 달 23일 秋分(추분)까지 진행될 것이며, 9월 8일 다음 주 화요일 白露(백로)로서 최절정에 달할 것이다.
고대 중국의 연단술에 관한 책인 周易參同契(주역참동계)로부터 시작된 도교의 무수한 책들, 그리고 서양의 鍊金術(연금술)에 관한 책들과 사상은 그 신비함으로 인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지금도 일부 그렇다.
그 내용이 무척이나 복잡하고 심오해 보이지만 그 본질은 방금 내가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동양의 연단술이나 서양의 연금술 모두 저 대자연의 운동방식을 모방함으로써 불로장생하고 유한한 생명의 한계를 초월해보자는 것이라 하겠다.
자연이 무수히 반복되는 한 해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는 저 운동 혹은 작동의 일체 과정, 즉 ‘a predefined set of movement by nature’을 모방해보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 호호당은 과거 연단술사나 연금술사의 후예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그간에 드리워진 대중을 현혹하는 어설픈 神秘主義(신비주의)와 과대 포장된 幻想(환상)을 들어내고 그 대신에 그를 과학적이고 수치적으로 아울러 입증 가능한 방식으로 정립한 것이 바로 ‘자연순환운명학’이다.
자연순환운명학은 대자연의 운동이 사물은 물론 사람의 삶에 있어 고스란히 반복되고 재현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운의 변화란 결국 기본적으로 60년이란 시간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60개월과 60일, 그리고 더 작게는 60시진 즉 5일의 비교적 작은 시간 프레임 속에도 철저하게 작용하고 있다.
(물론 더 크게는 360년에 걸쳐서도 작용하고 있으며 더 크게는 2만1600년에 걸쳐서도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연순환운명학은 그 시간 틀 속의 변화를 24절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며칠 전 출간한 “당신의 때가 있다”는 제목의 책은 그 부분에 대해 쉬운 말로 풀어서 얘기하고 있다.
다시 돌아오자.
9월은 결실을 완성하기 위해 맹렬히 메질과 담금질을 하는 계절이고, 이 달 23일의 추분이 되면 거의 얼추 결실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의 고전 淮南子(회남자) 氾論訓(범론훈)에는 ‘春分而生，秋分而成’이라 말하고 있다. 봄의 춘분으로서 생겨나고 가을의 추분으로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추분으로서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그 작업의 시작은 8월 23일 경의 처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한 해로 치면 겨우 한 달에 불과하지만 60년에 걸친 사람의 운세 변화로 보면 무려 5년이다.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나 호호당이 귀엽게 여기는 가수 아이유가 적당할 것 같다.
아이유는 1993년 5월 16일 생이다. 癸酉(계유)년 丁巳(정사)월 丁酉(정유)일이다.
이에 비록 태어나진 않았더라도 1977년 丁巳(정사)년이 입춘 바닥이었고, 2007년 丁亥(정해)년이 立秋(입추)가 된다. 1993년에 태어났으니 운명 상의 立夏(입하)가 막 지났을 무렵 세상에 나온 아이유라 하겠다.
입하가 지나 세상에 나왔으니 형편은 어려워도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이고, 태어난 날이 丁火(정화)라서 목소리가 섬세한 불의 음색, 즉 환타지를 불러일으키는 맛이 실려 있어 겨울에 태어난 사람들이 무척 좋아할 것으로 본다.
2007년이 기의 절정인 입추였는데, 2007년 10월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가수로서의 길에 나섰으며 2008년 9월에 미니 음반을 발표하면서 정식 가수로서 데뷔했는데 다음 달인 10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이달의 우수 신인음반’에 선정되었다.
아이유에게 있어 단련 즉 대중가수로서의 메질과 담금질이 시작되는 처서의 운은 2009년이었다. 아이유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그해 4월 정규 음반을 발매한 이래 텔레비전에 모습을 보이면서부터였다. 이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귀엽고 깜찍하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당연히 서툴고 모자란 점도 많았을 것이다. 팬이 생기자 자동적으로 안티 팬이 생겼을 것이고 악플에도 시달리기 시작했을 것이며, 무대 매너 등등 여러 면에서 대중과 호흡하는 자세를 익혀야 했을 것이니 그렇다.
노래로서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겠지만, 대중가수는 노래만이 아니다. 이에 본격적인 메질과 담금질이 시작된 셈이라 하겠다.
2010년 6월이 되자 아이유는 음원차트에서 선두를 달렸다. 庚寅(경인)년 壬午(임오)월이니 인정을 받는 운 즉 명예의 官運(관운)이 본격화된 것이다.
2012년은 백로의 운이었다. 메질과 담금질이 절정에 달할 무렵이었다. 壬辰(임진)년이니 명예가 빛나는 해였고 그 바람에 소비자들이 꼽은 광고모델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노래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명실 공히 대중가수 대중연예인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2014년은 아이유에게 있어 秋分(추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무렵이면 이루어지는 成(성)의 때이다. 따라서 이제 아이유는 대중연예인으로 사실상 완성품이 되었다.
밥에 비유하면 이제 다 된 셈이지만 마지막에 가서 뜸이 들어야 정말 맛있는 밥이 된다. 그렇다면 뜸이 다 들어서 뚜껑을 열 때가 있을 것이니 그게 언제일까?
아이유에게 있어 추분인 2014년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9년이 된다. 운세 상 霜降(상강)의 때로서 대중 가수 대중 연예인으로서 최종 완성의 때인 것이다. 2007년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가수의 길에 나선 지 12년 만의 일이 될 것이다.
정리해보면 아이유에게 있어 2009년 4월 최초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면서부터 2014년 4월까지의 5년 동안이 운명의 처서에서 추분에 이르는 메질과 담금질의 시기였다. 대중을 풀무와 화로로 하고 팬들의 칭찬과 비난을 메질과 담금질로 해서 대중가수 아이유라는 名劍(명검)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물론 세상만사 영원히 이어지는 법은 없다. 명검도 또 세월이 가고 때가 되면 어느새 날이 무뎌지고 녹이 슬기 마련이다.
아이유란 명검 또한 2019년 상강의 때로부터 10년간 쓰다 보면 날이 무뎌질 것이고 또 10년이 지나면 녹이 슬어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을 것이고 많은 경험을 통해 인생의 연륜과 지혜가 쌓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새봄이 올 것이니 말이다.
창밖을 보니 목하 9월이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백로이다. 만물을 익히고 여물게 하는 실로 맹렬한 때이다. 한낮의 더위와 밤의 서늘한 공기가 갈마들면서 사정없이 빡 세게 天地(천지)의 작업을 진행해가고 있다.
이에 물어본다, 난 올해 무슨 결실을 맺는 거지? 하고. 그러다가 피식 웃는다. ‘당신의 때가 있다’는 책을 냈으니 그게 바로 결실이지 않겠어? 이 바보야 하고 자문자답을 하게 된다.
이에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물어본다. 독자님께선 올해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이냐고. 아무런 결실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참 그렇지 않겠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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