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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조 완안아골타(完顔阿骨打)가 갑자기 죽자 동복동생 성(晟)이 등극했다. 이가 태종이다. 이후 1126년 직접 송나라 수도 개봉을 공격했다. 휘종과 흠종을 붙잡아 무릎 꿇리고는 양의 생피(生皮)를 등에 씌운 후 각각 혼덕공(昏德公)과 중혼후(重昏候)라는 모멸적인 칭호를 붙여주고는 금나라 도읍으로 끌고 갔다. 이를 중국 역사상 최대의 치욕인 ‘정강의 변’이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 휘종의 아홉째 아들 조구가 개봉에서 탈출, 남하해 1127년 5월 스스로 왕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남송을 세운 고종이다. 이때 뛰어난 장수 한 명이 함께 남하했다. 이가 바로 악비(岳飛)다. 악비는 등에 모친이 새겨준 ‘진충보국(盡忠報國)’ 문신이 있었다. 1103년생인 악비는 충성심과 애국심이 강한데다가 병법에 능해 절도사에 올라 군벌이 됐다.
강력했던 금나라에게 대항할 마음이 애당초부터 없었던 고종은 금나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주전파들을 스스로 제거했다. 또 금나라의 공격을 막아낼 방어진지까지 철거시켰다. 또 진회(秦檜)를 수장으로 해 부왕의 유해 송환과 생모 위씨의 생환을 위해 강화교섭을 추진했다. 진회는 정강지변 때 힘도 없으면서 주전론을 펴다가 금나라 도성까지 끌려갔다 탈출해 돌아온 자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나라 내부에서 강화파와 반대파의 권력다툼이 일어났다. 결국 반대파 완안종필(宗弼)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대군이 남하해 다시 개봉과 장안을 점령했다. 남송군은 끈질긴 항쟁을 벌여 금나라 군을 괴롭혔다.
악비의 군사들은 언성에서 금나라 군의 주력부대를 격파했고 주선진에서는 금나라 군 10만명이 악비의 500명의 기병에게 참패를 당해 금나라 군의 총사령부가 있는 개봉까지 위협받았다. 금군의 총사령관 올출(兀术)은 개봉 북쪽으로 철수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강화파 총책 진회에게는 이러한 악비의 승전이 오히려 두통거리였다. 왜냐하면 남송에서는 금나라를 자극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원칙하에 화친에 반대하는 주전파를 관직에서 추방해 탄압했기 때문이다. 주전파의 거두인 악비의 병권을 빼앗기 위해 하루에 무려 12번이나 금패를 내려 철수를 명했다. 돌아온 악비를 기다리고 있던 곳은 감옥이었다.
강화 과정에서 금나라의 총사령관 올출이 진회에게 “악비를 죽이지 않으면 강화에 응할 수 없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민중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악비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 진회는 악비에게 모반죄를 뒤집어 씌워 처형해버렸다.
이때가 1141년으로 악비의 나이 39세였다. 이듬해 금나라와의 화친을 성사시킨 남송의 고종은 부왕 휘종의 유해와 생모 위씨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악비의 억울한 죽음은 22년 후 그 진상이 밝혀져 사면되어 충무(忠武)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암매장되었던 유해는 안장돼 사당이 세워졌고 백성들은 그를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했다. 반면에 후세 사람들은 진회를 철로 된 동상을 세워 악비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림으로써 민족반역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후 회(檜) 자를 이름으로 쓰는 중국인이 없었다고 한다.
20세기 초 외세인 일본에게 만주지역을 점령당했을 때까지만 해도 악비는 민족영웅으로 칭송받았다. 그러나 현재 중국정부는 한족의 통치기간뿐만 아니라 비한족의 통치기간도 중국사에 포함시킨다는 개념으로 동북공정을 시작했다. 지난 2002년 ‘금나라에 대항했던 악비는 외세침략에 대항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민족의 영웅이라고 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따라서 최근 악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단 악비의 공적 대부분이 후손이 쓴 책에 의거한 것이라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많다. 또한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전쟁을 질질 끌면서 남송 조정에게 자금과 군량미를 계속 요구하는 바람에 백성들의 삶이 더 피폐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금·청나라를 세운 여진족 김씨
이렇듯 중국의 통일국가였던 송나라를 마치 어린애 손목 비틀듯 가지고 놀았던 금나라는 과연 어떤 민족이 세운 나라일까. 한족처럼 우리와는 전혀 다른 민족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금나라와 청나라는 훗날 만주족이 되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다. ‘금사·세기’에는 “금나라의 조상은 말갈(靺鞨)씨에서 나온다. 말갈의 근본은 물길(勿吉)이고, 옛 숙신(肅愼) 땅이다. 위나라 때 물길은 7부가 있었다. 수나라 때 말갈로 칭했으며, 당나라 초 흑수말갈과 속말말갈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여진은 단군과 고구려와 대진국의 후예로 우리와 조상이 같은 동족이었던 것이다.
송인들은 여진족은 본래 주리진(朱里眞)이었는데 중간에 여진으로 말이 잘못 바뀌었다고 한다. 한자로 주리진(朱里眞)은 주신(珠申) 또는 제신(諸申)이라 한다. 바로 단군이 다스리는 조선(朝鮮)을 의미하는 것이다.
5대 시대부터는 여진이라 불렸으며 요나라에 복속되었다. 여진세력의 강해짐을 두려워한 요나라는 여진을 생여직(生女直)과 숙여직(熟女直)으로 나눠 지배했는데, 숙여직은 요나라 경내로 이주시킨 여진족을 말한다. 생여직이란 이동시키지 않은 여진족을 말한다. 여진족은 청나라가 성립되면서부터 만주(滿洲)족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중국 정부에서는 불과 약 110년 전까지 지금의 중국 땅을 지배했던 만주(여진)족의 조상인 아골타의 성은 완안(完顔)씨라고 하고 있으나, 그는 엄연한 신라 김씨의 후예이다. ‘송막기문’, ‘만주원류고’에서는 금나라를 건국한 여진족의 시조가 신라사람 김함보(金函普)로 완안아골타의 8대조라는 기록이 있다. 즉 원래는 금나라 태조는 완안아골타가 아니라 김아골타가 맞다.
1140년 재차 개봉을 공격해 점령한 후 남송의 악비와 대치했던 금나라 총사령관 완안종필은 본명이 김올출(金兀术)이다. ‘중국 백과사전’은 “김올출 즉 완안종필은 본명 알철(斡啜), 또는 올출(兀术), 알출(斡出), 황알출(晃斡出)이다. 금 태조 완안아골타의 4째 아들로 금조의 명장이며, 개국공신으로 소개하고 있어 알에서 나왔다는 동이족의 난생설화로 묘사된 황족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감숙성 경태시에 있는 그의 기념비림에 김올출이라고 새겨져 있다. 금나라를 세운 아골타가 신라 김씨이기 때문에 아들 올출도 김씨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청나라를 세운 누루하치의 아버지는 탑극세(塔克世)라는 인물로 성이 애신각라(愛新覺羅)였다. 어떤 네티즌들은 글자의 뜻풀이를 통해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깨닫는다”라고 해석하면서 누루하치의 조상은 본시 신라인이었을 거라고 추측을 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애신은 ‘금(金)’을 뜻하고 각라는 ‘족(族)’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족(金族) 즉 김씨를 말하는 것이다. 1911년 청나라가 망하자 황족들은 대부분 김(金)으로 성을 바꿨다고 한다.
현재로부터 거꾸로 타임머신을 타고가면 중원을 지배했던 나라가 청(여진), 명(한), 원(몽골), 금(여진), 요(거란)가 되는데 이중 명나라를 제외하고는 다 고구리와 대진국(발해)의 후예들이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중국정부가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다”며 어불성설의 동북공정을 했던 것이다. 이렇듯 역사를 정확히 아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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