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º
습도 65%
수원 31º
습도 60%
대전 23º
습도 100%
645년 5월 3일 요택에 도착한 당 태종은 흙으로 만든 다리를 이용해 이틀 후 요택을 건너가면서 수면 위에 떠돌아다니는 수나라 병사들의 유골을 보고는 그들을 매장하라고 명했다.
친히 제문을 지어 제사를 지내고는 여러 장수들을 돌아보며 “오늘날 중국의 젊은이들이 거의 이 해골들의 자손이니 어찌 복수를 하지 않겠소이까”고 말했다.
5월 10일 요수를 건넌 당 태종은 병사들의 결사항전을 독려하기 위해 퇴로인 흙다리를 없애라고 명했는데 이는 배수의 진을 치라는 것과 같은 명령이었다.
당 태종은 고구려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너무 자만심이 지나친 것이었다. 당나라 군대가 고구려에게 승리하지 못하면 돌아갈 길이 없기 때문에 모두 옥쇄하자는 작전인 것이다.
요택은 중국에서 고구려를 침공하려면 반드시 지나야할 필수 코스였다. 그럼에도 당시 연개소문은 이상하게 천혜의 요새나 다름없는 요택과 요수를 방어하는 병력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200리 진흙수렁인 요택을 아무런 저항 없이 지나간 당 태종은 “누가 개소문더러 병법을 안다고 했느냐, 병법을 아는 자라면 어찌 이 요택을 지키지 않는단 말이야”라며 연개소문의 무지함을 비웃었다. 당 태종이 그런 말을 하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해상잡록(海上雜錄)의 기록에 “당 태종은 출병하기 전에 당시 당나라 제일의 명장인 이정(李靖) 장군을 행군대총관으로 삼으려 했으나 이정이 사양하며 ”임금의 은혜도 무겁거니와 스승의 은혜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이 태원에 있을 때 개소문에게 병법을 배운 후 폐하를 도와 천하를 평정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그의 병법에 힘입은 바 큰데, 신이 지금 와서 어찌 감히 전에 스승으로 모시던 개소문을 칠 수 있겠습니까”고 말했다.
그러자 당태종이 다시 “개소문의 병법이 과연 옛날 사람 중 누구와 견줄 만하오”라고 물었다. 이정은 “옛날 사람은 알 수 없고 현재 폐하의 여러 장수들 중에는 그의 적수가 없고, 비록 폐하의 위엄으로도 이기시기 어려울 걸로 생각됩니다”고 대답했다.
당태종이 “중국의 넓은 땅과 많은 백성과 강한 병력으로 어찌 한낱 개소문 따위를 무서워한단 말이오”고 못마땅해 하자 이정은 “개소문은 비록 한 사람이지만 그의 재주와 지혜는 만 사람에 뛰어납니다. 그러니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고 말했다.
당 태종이 요수를 건널 때의 고구려 작전은 수 양제의 1차 침공 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수나라 병사들은 요수를 건너면서 건너편에서 방어하고 있던 고구려 군사들과 큰 전투를 벌였다.
수 양제가 공부상서에게 명해 요수의 서쪽 언덕에서 3개의 부교를 만들어 그것을 끌어 동쪽 언덕과 연결시키라고 명했으나 부교가 1장(丈) 정도 짧아 언덕까지 닿지 못했다. 이 기회를 틈타 고구려가 높은 곳에서 강하게 공격하니 수나라 병사들은 언덕에 오르지 못했고 전사자가 매우 많았다.
장수 맥철장이 언덕으로 뛰어올랐다가 전사하자 수나라 군대는 부교를 걷어 다시 서쪽 언덕으로 돌아갔다. 길이를 늘인 부교가 이틀 만에 완성돼 연결되자 수나라의 모든 부대가 차례로 건너와 동쪽 언덕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고구려가 병사 1만 명이 전사할 정도로 크게 패했다. 수나라 백만 대군은 승세를 타고 진격해 요동성을 포위한 상태에서 수차례 전력을 다해 공격했으나 끝내 요동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당 태종은 5월 10일 요수를 건넌 지 일주일 만에 고구려의 관문으로 철옹성인 요동성을 함락시켰다. 그랬던 첫째 이유는 고구려 석성의 견고한 성벽을 뚫기 위해 큰 돌을 300보 이상 날려 보낼 수 있도록 특별히 개발된 신무기인 포차(砲車)라는 거대한 투석기가 있었고, 또 다른 이유는 마침 남풍이 강하게 불어왔는데 이를 적절히 이용한 당 태종의 화공법이 큰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요동성은 고구려가 차지한 이래 중국과의 숱한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평지에 구축된 말 그대로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당나라 장수 이세적이 포차를 일렬로 세워놓고 큰 돌을 날려 보내니 돌이 맞는 곳마다 성벽이 허물어졌다. 고구려군은 나무를 쌓아 누대를 만들고 그물을 쳤으나 날아오는 큰 돌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당나라 군사는 성을 공격하는 수레로 성 위의 집을 부수었다.
마침 남풍이 세차게 불자 당 태종은 민첩한 병사들에게 충간(衝竿)의 꼭대기에 올라가 성의 서남쪽 성루를 불사르라 명했다. 불이 성 안으로 타들어가자 당 태종은 장병들을 지휘해 성에 오르게 했다.
고구려 군사들은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패하고 말았다. 1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만여 명의 군사와 4만 명의 남녀 주민이 생포되고, 50만 섬의 양곡을 빼앗겼다. 당 태종은 봉화를 올려 태자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역시 당 태종 이세민은 수 양제 양광에 비해 뛰어난 인물임이 확실하다. 요동성은 그동안 중국과의 숱한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수나라가 백만 대군으로도 함락시키지 못한 요동성을 당 태종은 정예병 10만으로 함락시켰으니 말이다. 수차례 공격에도 요동성이 함락되지 않자 수 양제가 휘하 장수들에게 한 말이 ‘삼국사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6월 기미일에 양제가 요동성 남쪽으로 가서 성곽과 연못의 형세를 관찰하고, 곧 여러 장수들을 불러 꾸짖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벼슬이 높다고, 혹은 가문과 세도를 믿고 나를 어리석은 자로 취급하려고 하는가? 전일 내가 도읍에 있을 때 너희들이 내가 이곳에 오는 것을 원하지 않은 것은, 단점이 드러날까 두려워했기 때문임을 알겠구나. 이제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너희들의 잘못된 행실을 판단해 목을 베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지금 죽는 것이 무서워 힘을 쏟지 않고 있으니, 내가 너희들을 죽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여러 장수들이 모두 놀라서 얼굴색이 변하고 무서움에 치를 떨었다” 군주와 장수들 관계가 이런 상태에서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고구려의 관문인 요동성은 어디인가
5월 5일 요택을 지나 10일에 요수를 건넌 당 태종이 5월 17일 요동성을 함락시킨 것으로 보아 요택과 요동성은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 양제가 고구려 침공 전에 건설한 영제거(永濟渠)는 요택을 지나기 위한 군수물자 수송용 운하이다.
‘수서 양제기’의 기록에서 보듯이 영제거는 심수의 물을 끌어 남쪽으로 황하에 다다르게 한 물길이니 요택은 황하북부 하남성 맹주 또는 온현 부근임이 분명하다.
‘삼국사기’에 “태조대왕 3년(55년) 요서에 10성을 쌓아 한병(漢兵)의 침입에 대비했다.”라는 기록에 구체적인 지명이 생략돼있다. ‘태백일사’에는 “‘조대기’에서 말하기를 태조 융무 3년 요서에 10성을 쌓고 이로써 한의 10성에 대비케 했다.
안시(安市)는 개평(開平) 동북 70리, 건안(建安)은 안시의 남쪽 70리, 석성(石城)은 건안의 서쪽 30리, 풍성(豊城)은 안시의 서북 100리, 한성(韓城)은 풍성의 남쪽 200리, 옥전보(玉田堡)는 한성의 서남쪽 60리, 건흥(建興)은 난하의 서쪽, 요동(遼東)은 창려(昌黎)의 남쪽, 요택(遼澤)은 황하 북안 왼쪽, 택성(澤城)은 요택의 서남쪽 50리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백과사전’에서 창려의 역사연혁은 다음과 같다. “전한 때 교려(交黎)현을 설치해 요서군 동부도위의 치소로 했다. 동한 때 창려현으로 바뀌었고 요동 속국의 치소였다. 위나라 때 유주 창려군에 속했고, 진 때 창려 등 5개 군으로 평주를 설립했고 계속 평주 창려군이었다. 전진 때 군의 치소가 용성이었다” 따라서 요서군과 평주에 속했던 창려는 산서성 남부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비정하는 결정적인 유적 증거가 바로 백이·숙제의 무덤인 것이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2
감동이에요0
화나요2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