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윌스토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에요. 기증한 물건을 다듬고 수리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그 수익금으로 장애인들에게 임금을 주는 방식이죠. 일할 곳이 없었던 장애인들이 굿윌스토어를 통해 자립할 수 있게 되면서 봉사자들도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더 많은 매장을 만들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실제로 지난해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37%와 34.5%로, 전체 인구(일반인 포함) 경제활동참가율 64%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장애인의 실업률은 6.6%로 전체 인구의 실업률(4%)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들이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입사를 해도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쉽게 그만두는 것이다. 이에 장애인들은 사회와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굿윌스토어는 ‘함께 사는 세상 우리가 만든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굿윌스토어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사회인이란 자존감을 회복하며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 남궁규(57·남) 굿윌스토어 송파점 원장과 한정수(75·남) 자원봉사 실장, 정해미(36·여) 선임과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
전국 6개 매장에서 150여명 근무,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 만들 것
남궁규 원장은 굿윌스토어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드는 곳’ 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봉사자가 한 곳에 모여 일을 하며, 격이 없는 소통을 나누고 협력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굿윌스토어는 1902년 미국에서 시작됐어요. 굿윌스토어가 국내에 들어온 지는 8년 정도로 전국적으로 6개의 매장이 있어요. 현재 1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죠. 저흰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이란 의미가 커요. 기증된 물건을 장애인 직원들이 분류하고 이를 판매해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월급을 주고 있죠. 비장애인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 서로 편하게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굿윌스토어의 장애인 직원들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재활훈련이나 동아리 활동 등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굿윌스토어에 지속적으로 제품을 기증하고 있는 오뚜기 같은 기업의 공장을 방문해 식견을 넓히기도 한다.
남궁규 원장은 굿윌스토어와 인연을 맺기 전 잘나가는 대기업의 임원이었다. 기증을 통해 굿윌스토어와 인연을 이어가던 남궁규 원장은 이곳의 사업모델에 감명을 받아 굿윌스토어 송파점의 원장을 맡게 됐다.

“대기업에서 27년간 근무하며 상무라는 직책까지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굿윌스토어에서 사기업에서 조직을 운영했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게 됐어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모델에 감동했던 저는 곧바로 굿윌스토어로 자리를 옮겼어요. 제가 가진 역량은 부족하지만 굿윌스토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꺼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굿윌스토어에서 자원봉사자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한정수 실장은 30여년 경력의 사업가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던 한정수 실장은 우연치 않게 굿윌스토어를 접하게 됐다. 그순간 그는 굿윌스토어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을지로 일대에서 30여년간 사업을 했어요.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이에 대해 교회에서 교육을 받던 중, 굿윌스토어에 대해 알게 됐어요. 굿윌스토어의 목적에 공감해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7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굿윌스토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지금이 제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해요”
전화상담 및 응대를 담당하고 있는 정해미 선임은 장애인 근로자다. 정해미 선임은 굿윌스토어에 대해서 몰랐지만, 장애인고용공단의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를 결심했다. 어느덧 7년차인 정해미 선임은 굿윌스토어의 직원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굿윌스토어에 대해 처음엔 아는 게 없었어요. 장애인고용공단에 뜬 구인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운이 좋았는지 입사를 하게 됐죠. 처음엔 그냥 운이 좋았구나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이 일할 수 있는 게 좋고 격이 없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기증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제공하는 게 목표
굿윌스토어는 장애인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다소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전화 상담을 담당하는 정해미 선임은 간혹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기증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를 비롯한 장애인 직원들이 전화응대를 하다 보니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간혹 있어요. 발음이 어눌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희도 서비스적인 측면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기에 개선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미 선임은 굿윌스토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특히 기증자의 이색적인 사연이나 기증자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을 때에 느끼는 뿌듯함은 형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으로 기증품을 받을 때는 기증자분들이 기증하는 이유 등을 적어서 주세요. 그 이유를 보면 정말 다양한 사연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한 기증자가 자신의 외동아들의 장난감을 기증하며 ‘이 물건이 굿윌스토어의 귀염둥이가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유를 적어 보내주셨는데 그것을 보고 한참 웃었어요. 또 현장으로 바로 기부하러 오시는 분들이 오히려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는 경우도 많은데 이때도 뿌듯함을 느끼죠”

남궁규 원장은 굿윌스토어를 꾸려나기는 데 있어 기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증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기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을 기증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밝혔다.
“굿윌스토어를 운영하는데 있어 기증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그 부분이 조금 부족해요. 특히 개인 기증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기증된 물건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파급효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구요. 간혹 판매가 불가능한 물건들을 기증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경우 장애인 직원들이 수리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서 난감한 상황에 봉착하게 돼요”
한정수 실장은 자원봉사자의 수가 줄어들어 문제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의 질적인 부분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그에 비해 양적인 부분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단체에서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했기에 열의나 진정성이 많이 부족했어요. 반면 지금은 순수한 마음의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서 봉사의 질은 굉장히 높아졌어요. 하지만 그에 비해 인원이 줄어든 게 많이 아쉬워요. 자원봉사자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도 충만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이들은 굿윌스토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굿윌스토어를 인근에 추가로 오픈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빍혔다.
“저희는 ‘함께 사는 세상 우리가 만든다’라는 기조를 가지고 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런 인식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아직 국내에는 굿윌스토어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데, 많은 사람들에게 굿윌스토어를 알리고 더 많은 매장을 오픈해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어요”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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