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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도시재생 사업을 둘러싼 국민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 의도와 달리 정작 현장에선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지역민들은 재개발도, 도시재생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일례로 2018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한 도봉구 창3동의 경우 열악한 주차문제 때문에 도봉구청과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의 연계사업으로 신창초등학교 지하공영주차장 건립을 계획했지만 사업 4년째 표류 중이다. 여전히 지역민들은 ‘주차 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위험한 아이들 등하굣길…4년째 미동조차 없는 창3동 신창초 공영주차장 계획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에서 처음 등장했고 문재인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았다. 열악한 주거지를 재개발·재건축 하는 대신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주거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 결과 서울 내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된 곳에는 한 곳당 많게는 수백억원씩 투입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은 도시재생 사업의 실효성은 물론 체감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서울형 2단계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된 도봉구 창3동의 경우 열악한 주차문제로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지자체와 교육청의 방만행정으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도봉구 등에 따르면 창3동엔 도봉구청과 서울북부교육청(교육청)이 도시재생 연계사업을 통해 2019년~2020년까지 74억원을 투입, 인근 신창초등학교 지하공영주차장이 건립될 계획이었다. 도봉구는 사업완료 후 기대효과로 △주차공간 확충으로 주택가 이면도로 교통사고감소 및 주차환경개선 효과 △이면도로 불법주차 감소로 인한 긴급차량 통행로 확보 등을 꼽았다.
그러나 사업은 계획을 내놓은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첫 삽 조차 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재진이 찾아간 신창초 관계자는 사업 진행 여부를 언급하기 꺼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계획을 알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들은 바도 없고, 알아도 말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업이 표류로 인한 고통은 주민의 몫이었다. 주민들은 해결되지 않는 주차문제로 하루하루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창3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 동네 주차문제는 말도 못하게 심각해 사람 지나다니기도 버겁다”며 “도시재생으로 공영주차장을 만들던지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신창초 인근에서 만난 함성준(41·남) 씨는 “주차자리 부족으로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차가 훅 튀어 나와 초등학생 아이들의 등·하교 길이 매우 위험하다”면서 “특히 저녁이면 주차난으로 주민끼리 다투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고 귀띔했다.
이곳의 주차난은 화재, 범죄 등 만일의 사태로 인한 긴급차량 진입도 막을 가능성이 커 주민들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도봉소방서 관계자는 “최근엔 창3동 일대로 긴급출동은 없었지만 워낙에 주택 밀집지역이다 보니 주차된 차량들로 긴급출동 시 시간이 지체되기도 한다”면서 “혹여 공영주차장 건립돼 주차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 되면 출동 시 긴급 상황에 좀 더 수월하게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업 표류 이유는 지자체·교육청 간 의견 불일치…전문가 “도시재생은 탁상행정의 결정판”
창3동 공용주차장 건립이 차질을 빚는 이유로는 지자체와 교육청 간에 의견 불일치가 지목되고 있다. 앞서 2019년 6월 창3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도봉구청 참여 카테고리 ‘구청장에게 바란다’에 “창3동에 주차시설이 부족하다. 신창초등학교 지하에 주차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추진이 안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도봉구청 담당자는 “창3동 신창초등학교 지하주차장 건설 사업은 타당성 용역 및 서울시 투자심사를 완료하고 주차장 조성공사비 73억8300만원을 확보해 2020년도에 공사 시행 계획이며 주차장 건설 및 복합화 사업은 서울시북부교육청에서 시행할 계획으로 주민의 숙원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사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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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그런데 앞서 교육청이 내놓은 답변은 도봉구청과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7월 교육청은 “주차장 건설에는 동의하나 학교 건물이 노후 돼 개축이 필요한 실정이다. 운동장 지하주차장 건설시 향후 개축에 장애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2018년 8월말 용역 완료 후 주차장 건설사업을 재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교육청이 “노후 건물이라 개축에 문제가 있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에도 도봉구청은 “2020년도에 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다”고 답하는 등 기관 간 의견 차이를 보인 것이다. 더욱이 주차장 건립이 두 기관의 연계사업임에도 구청은 교육청의 사업계획에 대해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74억원을 확보해 교육청과 공유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교육청에서 내는 거라 구청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며 “자세한 사항은 교육청에 문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답변은 구청과 달랐다. 주차장이 도시재생 연계사업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창초 주차장 건립이 도봉구청과의 도시재생 연계사업인지는 몰랐지만 신창초가 원체 노후 돼 부분 개축이 안전상 어려워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면서 “교육청 입장에서는 학교가 우선이지 주차장 만드는 게 우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이면 창3동 도시재생 사업 기간이 종료되는데 그 이후라도 주차장 건립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예산과 계획은 있지만 교육부 승인도 받아야 하는 등 남은 행정절차가 많다”면서도 “이후 심사 때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5~6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창초 주차장 건립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신창초등학교가 노후 된 건물인 것을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애초에 알았을 텐데도 사업타당성이 없는 곳에 주차장 설립을 공약했다는 것은 주민들이 처한 현실을 모르고 결정한 탁상행정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영주차장 등의 사회간접자본(SOC)은 정부 주도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실시해야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도시재생 사업 내 예산집행 감시기능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다. 때문에 사실상 얼마 남지 않은 도시재생 사업 기간 동안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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