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가격의 고삐가 풀렸다. 커피부터 치킨까지 국민들이 즐겨 찾는 식음료 가격이 연달아 상승한 것이다. 각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과 해운 운임 상승 등 요인으로 원가가 올라 식음료 가격을 인상시켰다는 입장이다. 원가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목된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대폭 증가했고,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경제계 안팎의 분석이다.
물가상승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더해 최저임금 상승, 공공요금 상승 등 원가인상 요인이 곳곳에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또 다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면서 물가인상 압력을 높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높인 상황에서 또 다시 유동성 확대에 나서는 건 국가경제 전반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 오르는 게 없다”…커피부터 치킨까지 밥상물가 끝 모를 고공행진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코리아가 13일부터 음료 가격을 100~4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되는 등 46종 음료의 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동서식품도 14일부터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7.3% 인상했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kg’의 가격이 1만1310원에서 1만2140원으로 올랐고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는 1만4650원에서 1만5720원으로 오른다.
커피 가격 인상 원인으로는 원두 가격 상승이 지목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뉴욕 ICE 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은 파운드당 2.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초의 2배 수준이다. 커피 원두의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이 기후 이변으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급락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값이 오른 건 커피만이 아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은 7일부터 가격을 인상했고 써브웨이 역시 3일부터 샌드위치 등 36종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리아와 노브랜드버거가 가격을 인상했다. KFC 또한 제품 가격을 100~200원씩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11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교촌치킨이 가격을 인상했고 뒤이어 bhc도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9월에는 농심과 오뚜기 등이 라면 가격을 인상했고 8월에는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등 제과 업체들이 가격을 올렸다.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기업들의 원가 상승 부담이 지목된다. 일례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34.4를 기록해 10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곡물 가격지수는 141.5였고 야채 가격 지수는 184.6을 기록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FAO가 곡물, 유지류, 육류, 낙농품, 설탕 등 55개 주요 농산물의 국제 가격을 모니터링해 지수로 만들어 발표하는 것이다. 전 세계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02~2004년 식량가격의 평균치를 100으로 설정하고 현재의 가격 수준이 이보다 높거나 낮음을 지수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값이 150으로 발표됐다면 이는 식량가격 수준이 2002년~2004년 수준보다 50% 더 높음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물가 높은데…정부 추경 편성 소식에 또 다시 물가인상 우려 ‘고개’
물동량 폭증으로 인한 해운 운임 상승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7일 기준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62.94p 오른 5109.6p를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4월보다 500% 이상 폭등한 수치다.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 8720원보다 5.1% 인상돼 9160원으로 오른 것도 물가상승 압력을 키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상승할 때 물가는 0.0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상품·서비스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또한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기 요금은 4월과 10월, 가스요금은 5월과 7월, 10월에 단계적 인상이 예고돼 외식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가 상승으로 인한 먹거리 가격 인상은 그대로 서민 경제 부담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02.50(2020년=100)으로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이는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다. 지난해 월별 소비자물가는 후반으로 갈수록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10월 3.2%, 11월 3.8%, 12월 3.7%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2% 올랐다. 2011년(4.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은 한 번 오른 물가는 다시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가 부담으로 제품 가격이 한번 오르면 원가 부담이 줄어든다고 해도 제품 가격이 내린 사례는 거의 없다”며 “현재 공급 상태를 관리해 재료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가 또 한 번의 추경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 경제계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추경은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시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인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용어다. 높은 유동성은 시중에 풀린 돈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유동성 확대가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는 이달 21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국회에 제출할 추경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만든 추경안은 14조원 규모다. 이번 추경안의 목적은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추가 방역지원금 지급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과세수 10조원 등을 동원해 14조원 상당의 추경안을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여당 등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지원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추경 규모를 14조원보다 확대해 정부가 제시한 추가 방역지원금 지급 대상 320만명과 지급액 300만원을 모두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추경 편성은 앞서 통화당국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 것과 상반된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키운다.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1.00%였던 기준금리를 1.25%로 0.25%p 인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계 전문가는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 통화당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경 편성 및 지원금 살포는 물가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분명 필요하지만 정부와 통화당국의 엇박자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염려스러운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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