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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알바니아 등 북한에게 우호적이었던 국가들조차 북한의 이번 도발을 규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북한 미사일 위협을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를 유지해 국제사회 기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북한은 남한이 핵공격 타깃이라고 공개한 바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우리는 북한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며 경계심을 촉구했다.
극초음속미사일, 전쟁 판도 바꿀 ‘게임체인저’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의 5배(시속 약 6120㎞)~20배(시속 약 2만4480㎞)로 이리저리 궤도를 바꿔 비행한 뒤 목표를 때리는 첨단무기다. 발사 후 분리된 탄두부가 일정한 궤적으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이나 음속 이하의 순항미사일보다 탐지‧요격이 대단히 힘들 수밖에 없다.
음속의 20배로 비행할 경우 지구상 어디든 1~2시간이면 타격이 가능해 현존 요격무기로는 ‘대응 불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핵을 장착할 경우 상대국의 ‘방패(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최종 핵병기’가 될 수 있다. 군사 강국들이 향후 전쟁 판도를 확 바꿀 ‘게임체인저’로 보고 앞다퉈 개발 경쟁을 벌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극초음속미사일의 선두주자는 러시아다. 2019년 말 최대 16개의 탄두를 장착한 채 음속 20배로 비행할 수 있는 중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중국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017년부터 둥펑-21‧26 순항미사일에 장착했고 2019년 둥펑-17 극초음속미사일을 최초로 공개했다. 러시아·중국에 뒤쳐진 미국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은 음속보다 5배 빠른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 체계(HAWC)’ 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북한은 누차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공언해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언급 없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주장해왔다.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은 지난해 1월 이미 대외에 공개된 바 있다. 당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극초음속활공전투부(탄두)에 대한 설계를 끝냈다고 공개 발언해 관련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가까운 기간 내에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를 개발 도입할 데 대한 과업,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불과 약 1주일 뒤인 1월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평화를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각급 소통을 통해서 한국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바이든 새 (미국) 정부의 안보라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29일에도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천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은 28일 오전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의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미사일의 비행조종성과 안정성을 확증하고 분리된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유도 기동성과 활공비행 특성 등 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10월29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했지만 북한에선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고 교황 방북은 끝내 불발됐다.
PK 핵공격 위협·극초음속미사일 사격에도 요지부동인 靑
지난 1월5일 북한이 미사일 한 발을 동해상으로 사격했다. 같은 날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오전 8시10분께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발사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 한미 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튿날인 6일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은 5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구체적으로 “미사일은 발사 후 분리되어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의 비행 구간에서 초기발사 방위각으로부터 목표방위각에로 120㎞ 측면기동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북한은 새해 들어 두 번째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에 따르면 해당 미사일은 음속의 10배로 비행했으며 이 속도면 발사 후 서울 상공에 1분이면 도달 가능하다. 특히 극초음속미사일은 현재의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포물선 형태의 궤적을 그리며 낙하하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낙하 과정에서 활공비행체(HGV)가 분리돼 지그재그 모양으로 강하게 선회기동하기 때문이다.
서구는 물론 알바니아 등 북한과 오랜 기간 수교해 온 국가들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했다. 10일 미국·일본·영국·프랑스·아일랜드·알바니아 등 6개국은 유엔안보리 긴급회의에 앞서 성명을 내고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추구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다”고 성토했다.
성명을 낸 국가 중 특히 알바니아는 북한과 1949년부터 수교해온 나라이다. 한국과의 수교는 1991년에야 이뤄졌다. 알바니아는 북한과 같은 공산 독재국가였으며 독재자 엔베르 호자는 1960년대까지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김일성종합대학에 자국 유학생들을 보낼 정도였다.
국제사회가 이렇듯 한 목소리를 내는 데도 여권은 요지부동이라 우려가 커진다. 더구나 북한은 이러한 미사일 개발의 최종 목표가 대남 핵공격임을 천명한 바 있다.
2016년 7월20일 북한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주요 군사시설이 모두 탄도미사일 타격 반경에 들어가는 ‘전략군화력타격계획’을 공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의 탄도로케트(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실린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탁자에 대형 한반도 지도를 놓고서 훈련을 지휘했다. 지도에서 미사일 탄착지점은 부산‧울산 등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이 투입되는 주요 항구로 표기됐다.
북한의 도발은 극초음속미사일에서 그치지 않았다. 14일 북한은 새해 들어 세 번째 미사일을 사격했다. 해당 미사일은 ‘철도기동미사일’로 열차형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이었다. 한미 정보당국은 해당 미사일을 회피기동이 가능해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했다.
국방전문가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도발 후 미국은 정작 가장 심대한 위협을 받는 한국에 대해선 어떠한 다독임도 없었다. 북한 미사일의 유일한 타격 대상국(한국) 대통령 등이 위협이나 도발이 아니라는데 굳이 자신들 발목을 잡을 약속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며 “우리는 북한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며 차기 정부의 전향적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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