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형 고(故) 이재선 씨 간 갈등을 다룬 책 ‘굿바이 이재명’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서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4일 출시된 이 책은 교보문고(1월 4주)‧영풍문고(1월 3주) 등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상위 3위에 올랐다.
민주당이 이 후보에 대한 비방을 목적으로 악의적 편집을 통해 집필됐다며 제기했던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도리어 ‘굿바이 이재명’ 인지도만 올려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판사 출신인 저자 장영하 변호사는 책에서 그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 후보 관련 각종 의혹들을 제기했지만 이 후보 측은 일체를 부인해 진실공방에 시선이 쏠렸다.
“박인복 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이재선, 이미 미친 사람’”
이 후보 형수 박인복 씨 주장 등이 담긴 ‘굿바이 이재명’은 △1장 이재명의 성남공화국 △2장 이렇게 시작되었다 △3장 범죄, 그날의 재구성 △4장 그날, 2012년 5월28일 △5장 누가 더 센가 △6장 비겁한 보복 △7장 브레이크가 없다 △8장 끝나지 않은 시련 △9장 모래시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 씨는 서문에서 “한 평범한 가장이었던 제 남편은 단지 정의롭다는 이유로 권력자에 의해 정신병자로 몰렸다”며 “부디 이 책의 출간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남편과 저희 가족 모두의 명예가 회복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1장 ‘이재명의 성남공화국’은 성남시장 후보사퇴 회유 의혹 등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했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한 허모 씨 사무실에 어느 날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들이닥쳤다. 허 씨는 ‘이 후보 핵심 측근 백모 씨가 내게 후보 사퇴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백 씨는 허 씨에게 ‘출마하지 마라.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사장 같은 자리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 사건은 당시 지역 언론에도 보도됐다.
백 씨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시장 핵심 측근이 앉는 성남시 생활체육협회장도 역임했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백 씨가 이재명 양해 없이 독단으로 허 씨에게 성남도공 자리를 제안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결국 허 씨를 매수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백 씨는 2014년 9월25일 성남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고 석방됐는데 그 후로도 승승장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2014년 6월28일 자신의 SNS에서 ‘제가 지지율 1%의 후보를 매수 시도했다는 게 말이 되나’라는 취지로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2장부터는 이 후보 형제 갈등이라는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3장 ‘범죄, 그날의 재구성’에는 형수 박인복 씨가 이 후보에게 지금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를 소개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후보 부부는 1991년 결혼했으며 2012년 갈등이 발생하기 전까지 박 씨와 김 씨는 가까운 사이로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형제 간 틈이 벌어지면서 이 후보 측으로부터 압력이 들어왔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책에 의하면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비서 백모 씨는 이재선 씨에게 ‘죽이겠다’고 누차 협박해왔다. 2012년 5월20일 백 씨는 박인복 씨에게 전화해 ‘이재선의 글을 분석한 결과 미친 사람으로 판명된 거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당일 이 씨 휴대전화에 ‘그 아가리를 닫게 해주지’ 등의 문자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이미 이재선을 정신병원에 가두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라며 “백 씨로 하여금 과도한 도발을 하게 만들어 이재선을 정신병자로 몰아가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한마디 ‘조사받고 가냐, 이 나쁜 X아’”
6장 ‘비겁한 보복’은 이 후보가 이재선 씨에게 가했다는 보복이 담겼다. 책에 따르면 2012년 7월15일 이 후보는 이 씨에게 전화해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힐난했다. 이 씨가 경기도 용인 자택에 도착해 주차하려 하자 주차장 앞에는 경찰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사복경찰 3명은 “존속폭행 현행범으로 신고가 들어왔다”며 성남 모 경찰서로의 동행을 요구했다.
이 씨의 일부 형제는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에 제출했으며 상해 내용은 ‘경추부 염좌상’이었다. 장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경추부 염좌라는 진단서를 받아 제출하면 무시하지 못 한다. 접촉이 없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하소연하면 상해 사실을 꿰맞추곤 하는데 위 사건 역시 그런 경우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한 뒤 “결국 이 건으로 이재선은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서행 이튿날인 16일 이 씨가 조사를 마치고 인근 치킨집에 들어가자 부인 박인복 씨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박 씨에게 ‘조사받고 가냐, 이 나쁜 X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 변호사는 “이재선이 조사를 마친 사실까지 아는 걸로 봐서 이재명과 경찰은 서로 내통한 것이리라”고 추측했다. 이 후보 측과 경찰 모두 의혹을 강력 부인 중이다.
7장 ‘브레이크가 없다’는 이재선 씨의 정신병원 수감 과정을 다뤘다. 형제 간 갈등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이 씨는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충동적 행동이 잦아지는 한편 낭비벽이 심해졌다고 한다. 가족의 권유로 그는 경남 창녕군의 한 병원을 찾아 상담 받았으며 ‘양극성 정동장애, 현존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조증’ 진단을 받았다. 결국 2014년 11월21일부터 동년 12월29일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다. 장 변호사는 “이재명은 직권을 이용해 이재선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신병원 강제입원 시도 시기로부터 정확히 2년6개월 후 이재선은 죽지 않고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입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책에 기재된 의혹 일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법원에 제출한 입장을 담은 서면에서 “고 이재선이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며 성남시정에 개입하려 했고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비롯됐다. 이 문제는 쏙 빼놓고 책을 서술했기에 이재명은 아무 이유 없이 고 이재선과 박 씨에게 욕설을 해대는 아주 이상하고 잔인한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고 했다. 심문기일에는 “이 후보에 대해 공직선거법의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나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하는 것’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대선 후에는 (출판 등이) 상관없지만 그 전에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크다”고 했다.
다만 욕설 부분과 관련해선 “죄송한 일”이라고 했다. 김혜경 씨는 지난달 28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형수 욕설 파일로 야권 공세가 거세진다’는 질문에 “그게 사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게 있다. 당시 1~2년간 있었던 일이 아니라 수십년간의 것들이 쌓여서 생긴 일이다”면서도 “죄송한 일이다.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남편이 계속 책임져야 할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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