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간의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이파전 양상에서 그들의 주요 공약들은 이전 대선들만큼 뚜렷하게 국민에게 잘 드러나지 못하고 있고 그 공약들의 실현가능성이나 실효성 역시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두 후보의 공약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공통적으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후보가 내세운 정부의 부동산 직접매매를 통한 부동산 가격 관리 공약과 코스피 5000시대 공약, 기획재정부의 예산권을 청와대로 가져온다는 공약에 찬반 여론이 발생했다. 윤 후보는 원전 공약과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및 영부인 호칭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유사 논란을 불러왔다.
도마에 오른 코스피 5000·정부 부동산 직접 매매관리 등 공약들
지난달 15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이 후보의 국정 공약 270여개를 이행하는데 300조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의 경우에는 200개의 국정공약 이행을 위해 266조원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두 후보 모두 재원 조달 방안으로 단순 지출 구조조정 등 방안을 내세울 뿐 명확한 ‘증세’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추가로 세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차기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특별한 최우선 순위를 두지 않고 지출 구조조정을 한다면 공약(재원)은 사실상 부채로 쌓일 확률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적자국채가 늘어나게 되면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가 차례로 올라가면서 기업들의 자본 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채 가치 하락이 국채를 보유한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동산 직접매매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이 후보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7월2일 이 후보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를 신설해 국가가 주택 가격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강력한 조세정책과 거래 제한으로 시장 상승을 억제하되 집값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매입공사가 주택을 매매해 임대주택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며 “역으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매입공사가 시장에 물량을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입공사로 하한선을 받치고 규제로 상단을 유지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부동산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을 국가가 통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대한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공공이 충족시키면서 가격을 조절하려면 수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를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스피 5000 시대라는 이 후보 약속도 실현 의구심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달 21일 SNS에서 “시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유능한 경제대통령이 당선돼야 주가가 부양된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종합주가지수(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 후보의 코스피 5000 공약이 현실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수출이 6445억달러로 1조달러를 달성하려면 향후 수출이 5년간 연평균 9.2% 증가해야 한다. 이 후보 공약을 달성하려면 지금의 4배 이상으로 수출이 증가해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 역시 현재 3만2000달러 수준에서 5년 후 5만 달러가 되려면 연 평균 9.3% 증가해야 하는데 현 잠재성장률은 2% 초반대다. 과거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 공약보다 더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이라고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조만간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한국이 이런 경제 성장을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리 희망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한다고 해도 간단한 계산으로도 확인 가능한 수치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권을 청와대로 이전하겠다는 이 후보 공약 역시 비판 대상이 됐다. 1월2일 이 후보는 SBS에 출연해 “국민 뜻을 관철하기 위해 기재부의 예산권력을 떼어 청와대 또는 총리실 직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산편성권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산편성은 정치적 의사결정과 분리될 필요가 있어 기재부가 하는 게 맞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정치적인 결정이 돼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 재정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는 공약을 우려했다. 그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거친 ‘예산통’이다. 구 실장은 지난달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기능을 청와대·총리실 어디로 가져가는 것이 옳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제가 말하기는 좀 그렇다”면서도 “지금처럼 (한쪽의) 힘을 빼겠다고 하면서 (다른쪽) 힘이 더 세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 실장은 기능을 분리했을 때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나중에 어떤 분이 조직을 나누더라도 그 (예산편성) 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디엔가는 가 있을 것”이라며 “예산을 떼서 예전처럼 예산처가 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똑같이 일한다”고 설명했다.
찬반 여론의 원자력 발전 비중 30%대·제2부속실 폐지 공약
윤 후보의 원전 관련 공약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어진다. 그는 지난해 12월29일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세계 최고의 원전 기술력을 재입증해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 등을 통해 기저전원으로서의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주장에 대해 한 전문가는 실현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원전 비율 3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폐로 원전 수명을 고려할 때 6기 정도를 더 지어야 한다. 노후 원전을 폐로하지 않고 계속 가동한다면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월성원전은 사용후 핵연료가 새고 있다는 문제 제기까지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 비율을 유지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및 영부인 호칭 사용 폐지 등 공약도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21일 언론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외교 등에서 상대국 정상을 부부동반으로 만날 경우 국제 프로토콜(외교 의전)에 맞게 해야 할 일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지원해주면 되고 가족들 경호도 (경호실이) 하는 것이니 제2부속실이 필요없다”고 했다.
윤 후보의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 공약에 전문가들은 명목상의 폐지로만 이어질 확률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2부속실을 없애더라도 영부인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과 경호는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부인 역할과 기능을 아예 폐지하면 오히려 ‘비선정치’로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공식 직함을 줬다면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영부인은 ‘문고리 권력’도 아닌 ‘안방 권력’인데 공적 보좌를 받지 않는 게 오히려 비선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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