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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같이 할까?”라고 물으면 “제가 점심을 먹었어요.” 같은 대답은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문장이다. 한국어를 쓰는 한국 사람은 굳이 규칙을 배우지 않아도 다 안다. ‘제가’라는 주어 표현이 어색하다는 것을….
우리말의 주격조사는 ‘은/는/이/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가’는 주격조사이지만 ‘은/는’은 주격조사가 아니라 보조사다. 주어에 ‘이/가’를 쓰지 않고 ‘은/는’을 쓰는 이유가 의외로 간단하다. ‘은/는’은 ‘정보’를 하나 이상 품고 대조·강조·비교의 뜻을 더한다. ‘저는 점심을 먹었어요’라는 문장에는 ‘선생님께서는 점심을 드셨지만’이라는 정보를 동반한다.
주격조사는 ‘이/가’뿐만 아니라 ‘선생님께서’ ‘기업에서’ ‘누구라서’의 ‘께서·에서·(이)라서’도 주격조사에 해당한다. ‘께서’는 높임의 상대와, ‘에서’는 사람이나 동물 외의 대상인 무정명사와 어울려 쓴다. ‘(이)라서’는 예스러운 표현이다. “뉘라서 능히 문법을 다 알까.”
한국어문교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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