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8º
습도 35%
)
2022년 11월12일은 한화그룹 창업주인 고(故) 김종희 한화그룹 초대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김종희 회장은 국가와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사업보국’의 정신으로 한국 화약 산업을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 ‘신용과 의리’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한화그룹의 발판을 마련한 김종희 명예회장의 발자취를 스카이데일리가 정리했다.
한국 화약 산업 일으켜 세운 ‘한국의 노벨’ ‘다이너마이트 킴’
“나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송충이다. 화약쟁이가 어떻게 설탕을 들어오나? 난 갈잎이 아무리 맛있어도 솔잎이나 먹고 살거야!”
김종희 회장이 당시 큰돈을 벌 수 있었던 설탕 수입 사업을 권유받았을 때 한 말이다. ‘한국의 노벨’, ‘다이너마이트 킴’ 등으로 불렸던 김 회장의 화학산업에 대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1922년 11월12일 충청남도 천안군 부대리에서 태어난 김종희 회장은 직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성환공립심상소학교 고등과 1년을 수료한 후 경기공립상업학교에 입학했다. 김종희 초대 회장은 경기공립상업학교에서 4년을 공부했으나 조선인 학생을 구타하는 일본인 학생과 싸웠다는 이유로 학교를 옮겨 원산공립상업학교를 졸업했다.
1942년 조선화약공판에 입사해 화약 산업에 몸담게 된 김 회장은 화약이 산업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배울 수 있었고 화약산업에 일생을 바치기로 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인들이 떠나자 지배인 자격으로 조선화약공판을 인수한 김 회장은, 미 군정청 등을 상대로 판로를 개척했고, 6·25 전쟁 중에도 피란 대신 화약고에 비축된 다이너마이트를 지키는 등 화약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정부 귀속 재산이었던 조선화약공판이 민간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이를 인수하는 데에 성공한 뒤 김 회장은 1952년 10월9일 한화의 모태가 되는 한국화약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그는 1955년 조선유지의 인천 화약공장을 인수하고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1958년 6월 다이너마이트의 국산화에 성공해 1959년 1월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화약 산업은 대형 토목공사 발주와 광산물 지원책 등에 힘입어 눈부시게 발전했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도로 건설과 광산 공사 등에 다이너마이트는 필수적이었고, 한국화약은 대한민국의 산업화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크게 성장했다.
돈보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 이리역 폭발 사고 복구에 전 재산 기부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사업보국’의 가치를 창업정신으로 삼고 실천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할 때 단순히 돈을 많이 벌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생각하는 ‘사업보국’ 정신을 지켰다.
고인은 국가 경제 최대 현안이었던 기계공업 육성을 위해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신한베어링을 인수했다. 석유화학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화성공업(現 한화케미칼·한화첨단소재)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의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1969년 국내 최초로 민간화력 발전소와 대규모 정유공장을 건설하고 경인에너지를 설립하는 등 사업보국의 이념을 실천했다. 1973년 그룹 사업과 거리가 멀었던 대일유업(현 빙그레)을 인수해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든 것도 낙농가를 도와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김 회장이 강조했던 또 다른 가치는 ‘신용과 의리’다. 어떤 상황에서나 누구에게나 줄 수 있는 ‘신용’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영원히 이어가는 ‘의리’는 아직도 한화그룹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에 IMF 외환위기로 한화에너지를 현대 정유에 넘길 때 매각 대금을 덜 받더라고 100% 고용 승계를 바탕으로 매각 협상에 임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서울 프라자호텔 전면 리모델링 공사로 호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에게 해당 기간 유급 휴가를 주는 등 회사 구성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창업주의 경영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희 창업주는 기업인의 역할을 넘어 국가와 사회를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한미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 인맥을 구축했고, 1967년에는 그리스 명예 총영사로 취임해 국익을 대표하는 민간사절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한 1975년에는 고향인 천안에 북일고등학교를 설립해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에 앞장섰다.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철도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1977년 이리역 폭발 사고는 김 창업주에게 큰 시련이었다. 다이너마이트와 전기 뇌관 등 40t의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발차를 대기하던 중에 폭발 사고가 발생해 반경 500m 이내 건물 9500여 채가 대부분 파괴됐고 997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사망자는 59명, 부상자는 1343명이었다.
김 회장은 즉시 사과문을 발표하고 직원들을 피해 복구에 투입하는 것과 동시에 전 재산에 해당하는 90억 원을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한국화약을 비판하던 여론도 김 회장이 보여준 진정성과 책임감에 누그러들었다.
김 창업주는 1981년 7월23일 향년 59세로 눈을 감았다. 정부는 방위산업을 비롯해 국민경제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한 공로와 민간 외교창달 및 육영사업에 일관해온 헌신적인 생애를 기리며 금탑산업훈장을 추서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정리·대우조선해양 인수 통해 차세대 동력 확보
김 초대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한화그룹 회장의 자리는 김승연 현 한화그룹 회장이 물려받았다. 당시 29세였던 김 회장은 당시 자산총액 7548억 원, 매출 1조1000억 원이었던 한화그룹을 지난해 기준 자산총계 202조 원, 매출 52조 원의 거대 기업으로 재탄생시켰다.
현재 한화그룹은 우주항공·방산·에너지·소재·금융·건설·유통·서비스 등 다방면에 진출해 있다. 먼저 항공우주·방산 분야에서의 성과가 눈에 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우주발사체 엔진을 제작했으며, 최근 누리호 기술 이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민간 주도 우주 사업의 선두 주자로 나아가게 됐다.
방산 분야에서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212문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60억 달러 규모의 다연장로켓 ‘천무’ 수출 계약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군비 확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유럽 시장 공략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한화그룹은 사업 확장과 조직 개편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1월1일 한화디펜스를 인수한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또한 (주)한화의 방산 부문을 분할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할 계획이다. 일련의 작업의 완료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육·해·공을 망라하는 군수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주)한화는 대규모 복합개발사업과 풍력·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화건설을 인수했다. 한화는 이번 인수 합병을 통해 재무 안정화와 함께 한화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풍력발전과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에서 부문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에 더해 한화정밀기계 인수를 통해 소재·장비·인프라 부문으로 사업을 전문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련의 인수 과정에서 후계 구도도 정립되는 모양새다. (주)한화가 한화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화건설이 1대 주주, (주)한화가 2대 주주였던 한화생명이 한화생명을 직접 지배하는 구도가 됐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 지배구조에서 (주)한화의 바로 아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생명보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위치하게 된다.
한화 솔루션과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화생명보험은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화 호텔앤드리조트에는 김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근무 중이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항공우주·방산·화학 등의 분야는 한화그룹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맡고 김동원 부사장이 금융 부문을, 서비스·레저 분야는 김동선 상무가 물려받는 구도인 것으로 관측된다. 지분 확보와 승계 자금 마련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후계 구도의 윤곽이 잡혔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2022년 김종희 초대 회장 탄생 100주년,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사업보국의 정신으로 한화그룹을 일으켜 세운 김종희 초대 회장의 의지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