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º
습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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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아들이 태어나던 해에 결혼식을 대비해 고급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구입해 30년 넘게 보관했다가 결혼식 피로연 때 손님들에게 자랑하며 대접한 분이 있었다. 그런데 오래 숙성되어 맛있어야 할 보르도 레드와인의 맛이 시다 못해 식초에 가까웠다.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고급 와인이 식초가 된 이유는 30년 동안 와인을 상온에서 보관했기 때문이다. 와인은 20도가 넘으면 과숙성을 하기 시작한다. 오랜기간 과숙성을 하게 되면 결국엔 고급 식초가 된다.
아무리 좋은 와인이라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와인은 적절한 기간 보관해 가장 맛이 좋을 때 마셔야 한다. 위의 보르도 레드와인을 좋은 와인셀러에 적절한 온도와 습도로 잘 보관했다면 매우 좋은 맛을 선사했을 것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완전히 숙성할 때까지 잘 보관했다 최상의 상태에서 마시는 것은 와인 마니아들의 가장 큰 기쁨이자 투자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와인은 살아 있는 유기물이기 때문에 시간·온도·빛·움직임에 따라 변하게 된다.
와인 초보자들이 종종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와인냉장고나 와인창고 같은 제대로 된 보관 시설이 없는 데도 고가의 와인을 구입해 몇 년간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다. 특별한 손님에게 그 와인을 대접하려고 오픈했을 때 변질된 와인 맛으로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와인 보관 방법을 알고 있지 않다면 오래된 빈티지의 고가 와인을 구입해서 오랜 기간 보관했다 마시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아주 비싼 식초를 마시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도가 변하지 않는 장소, 지속적으로 15°C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이상적이다. 와인의 보관 온도가 너무 낮으면 숙성이 늦어지게 되고,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숙성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특히 여름처럼 30°C 이상의 고온에 오랜기간 방치했거나 와인을 보관한 장소의 온도가 20°C 이상 올라간 적이 있다면 그 와인은 오랜 기간 동안 숙성시키기에는 적절하지 못하게 변질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와인을 보관하는 장소의 조명은 완전히 어두운 상태가 가장 좋다. 빛은 와인의 성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또한 자주 이동하거나 차량에 오랜 기간 보관하거나 자주 흔들리는 곳에 보관한다면 변질되기 쉽다. 와인을 구입해서 마실 때 최소한 며칠 정도는 눕혀서 안정시킨 다음에 마시는 것이 좋다.
와인을 마신 지 얼마 안된 분의 집을 방문하다 보면 와인을 세워서 보관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와인은 코르크 마개가 와인과 항상 접촉해 숨을 쉴 수 있도록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 코르크가 마르면 와인이 공기와 접촉할 수 없어 숙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제맛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급 와인일수록 코르크가 마르지 않도록 길이가 길고, 저가의 와인일수록 코르크가 짧다.
아파트에 사는 분들에게는 불가능하지만 개인 주택에 살고 있다면 지하실에 와인 보관을 할 수 있도록 꾸미면 좋다. 지하실은 일 년 내내 거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햇빛도 차단되기 때문에 와인을 보관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좀 더 섬세하게 와인을 보관하고 싶다면 동굴처럼 땅을 파서 보관하는 것이 최선이다. 세계의 유명 와인 보관창고 대부분은 동굴을 만들어서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와인이 잘 숙성되도록 보관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작은 방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창을 막고 옷장 속에 보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온도계를 설치해서 실내 온도가 5~18°C 범위를 유지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여름에 20°C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와인을 보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와인셀러(와인냉장고)를 구입하는 것이다. 와인셀러를 구입할 때 가능하면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따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면 좋다. 두 대를 구입해 하나는 레드와인을, 다른 하나는 화이트 와인을 보관하면 물론 더 좋다. 레드와인에 비해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은 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기 때문이다.
와인셀러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크기다. 처음 와인셀러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20병 미만을 보관하는 와인셀러를 구입하는 데 몇 년 지나면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 후회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와인매니아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50병 이상, 가능하면 100병 정도 보관할 수 있는 셀러를 사는 게 훗날의 후회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와인셀러를 구입할 때 자동으로 습도 유지가 가능한 제품을 사도록 하자.
와인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 화이트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은 냉장고에 몇시간 정도 보관했다 마셔도 된다. 하지만 오랜기간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면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물 냄새가 와인에 스며들어 와인의 본래 향을 변질시키게 된다.
와인셀러와 일반냉장고의 가장 큰 차이는 콤프레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냉장고에 비해 와인셀러의 콤프레서는 저진동·저소음 제품을 사용해 와인이 진동으로 인해 변질되는 것을 막아주는 게 가장 큰 차이다. 그래서 와인셀러가 일반냉장고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이다.
와인을 마시다 다 마실 수 없을 때는 필히 스토퍼를 사용해 와인을 닫아 두어야 한다. 와인을 그냥 오픈해 두면 산화가 되어 하루가 지나면 맛을 잃게 된다. 한번 오픈한 와인은 스토퍼로 닫아 두었다고 해도 가능하면 하루 이틀 내로 마시는 게 좋다. 만약에 오랜 기간 후에 다시 마실 계획이라면 와인의 공기를 빼내서 진공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진공와인 세이버를 사용해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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