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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복합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농기계 산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9일 ‘농기계 산업 글로벌 동향과 한국의 과제’ 보고서에서 자율주행·로보틱스 등 첨단산업으로 진화하는 농기계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통해 취약한 식량안보·농촌 고령화·농업 생산성 하락 등 ‘삼중고’에 직면한 한국 농업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식량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쌀·밀·옥수수·콩 등 노지재배 식량작물 생산에 활용되는 농기계 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농기계 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1570억 달러(약 200조 원)로 추정되며 매년 5% 이상 꾸준하게 성장하는 유망한 산업군이다.
농기계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농업의 패러다임이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으로 변화함에 따라 트랙터, 콤바인 등 전통적인 농기계에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업용 자율주행 및 드론 분야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용 자율주행 및 드론 분야는 2025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해 각각 26억 달러(약 3조3000억 원) 및 17억 달러(약 2조2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개최된 CES 2023에서 기조 발표로 많은 관심을 받은 농기계 글로벌 1위 기업인 미국 존 디어는 이미 유인 자율주행 단계(레벨 2)의 트랙터를 양산하고 있으며 완전 무인 자율주행 단계(레벨 4)의 트랙터에 대한 연구개발까지 완료했다.
일본의 대표적 농기계 기업인 쿠보타도 최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테벨 에어로보틱스 테크놀로지스에 투자해 과일 수확용 드론 사업에 진출하는 등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 농업 환경에 적합한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한국 농업은 농기계 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은 고질적으로 낮은 식량·곡물자급률로 OECD 식량안보 순위에서 38개국 중 32위에 그쳐 글로벌 식량 위기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또한 2021년 기준 고령농 비중이 약 50%에 이를 정도로 농업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돼 인력수급이 어려우며 논농사에 비해 밭농사 기계화율이 낮아 생산성이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의 농기계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내수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2조3000억 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7%에 그치고 있다. 주요 기업으로는 대동·LS엠트론·TYM 등이 있으나 매출 규모 측면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한 최근 우리 기업들도 치열한 연구개발을 통해서 기술 수준을 높이고는 있지만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분석에 따르면 농기계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3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농기계 산업은 기존의 전통 기계산업에서 자율주행·AI·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가 결합한 모빌리티, 로보틱스로 진화하고 있어 기존의 칸막이형 R&D 지원보다는 여러 가지 요소기술들을 아우를 수 있는 ‘융복합형’ R&D 추진정책이 필수적이다.
전경련은 농기계 관련 연구기관(농촌진흥청·기계연구원·생산기술연구원 등)을 포괄하는 산학연 연계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현재 국회에 제출된 ‘스마트농업육성법’도 조속히 통과돼야 하며 첨단 농기계 관련 R&D나 설비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농업 분야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산업 정책적 마인드가 정말 중요해졌다”며 “수출 부진 등 한국 산업 전반의 경제 활력이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농기계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식량·농업 위기 극복과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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