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언어 모델을 활용하는 챗봇(Chatbot·대화 로봇)의 성능을 크게 진전시킨 ‘챗GPT(Generative Pre-Training Transformer)’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챗봇은 이제 단순한 심심풀이 프로그램을 넘어 여러 분야에 다각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챗봇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악용될 소지가 없지 않아, 확고한 윤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챗 GPT 성과에 관심 폭등… 구글·바이두 등 챗봇 프로그램 개발 추진
오픈(Open)AI가 개발한 AI 챗봇 ‘챗GPT’가 최근 미국 의사면허 시험인 ‘USMLE’를 무난하게 통과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에는 챗 GPT가 미국 미네소타대학 로스쿨 시험과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경영대학원 과정을 능히 통과할 수준이라는 분석도 발표됐다. 이 외에 챗 GPT는 논문 작성과 코딩·시 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나왔던 사람만큼, 또는 사람보다 똑똑한 AI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챗GPT는 지난해 11월30일 출시된 이후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받으며 출시 5일 만에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지난해 말 10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고 최근에는 무려 1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했다.
구글은 6일(현지 시각) 챗GPT의 대항마 격인 챗봇 ‘바드’를 전격 출시했다. 구글은 ‘바드’를 ‘신뢰할 수 있는 그룹’에게 테스트 하고 수주 안에 일반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바드’를 실제로 사용한 예시도 공개했다. ‘바드’에 제임스 스페이스 웹 망원경으로 발견된 것들을 9세 어린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묻자, ‘바드’는 제임스 스페이스 웹 망원경이 ‘녹색 완두콩’이라는 별명을 가진 은하들을 발견했으며 태양계 밖 행성의 첫 사진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AI 챗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실제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챗GP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구글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구글이 개발하는 AI 챗봇을 공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글이 ‘바드’를 발표하고 나서 하루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도 반격에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7일(현지 시각) 빙 검색 엔진에 챗GPT에 사용된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빙 업그레이드를 통해 검색 엔진에 자연어로 질문을 하고 답을 얻는 새로운 종류 검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는 3월 ‘어니 봇’을 공개할 예정이다. CNBC는 바이두가 3월 공개를 앞두고 내부 테스트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네이버 역시 초거대 AI ‘하이파클로버’를 기반으로 한 ‘서치 GPT’를 상반기 내로 공개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한국어 고품질 검색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결과물을 내놓고 다른 빅테크 기업들까지 참전을 선언하면서 챗봇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업들이 방대한 이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 이용자들의 생활에도 AI 챗봇이 스며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 나와… 챗봇 악용 방지 대책 논의도 활발
기자가 챗GPT의 발전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몇 가지 문장을 입력해 봤다. 다가오는 친구의 생일을 위한 참신한 생일파티 방법이나 여자친구가 삐졌는데 이유를 모르겠을 때의 대처 방법 등에 대해 물어본 결과 상당히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외에 소설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이 고평가받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나 슈퍼맨과 원더우먼 중 어느 쪽이 강한지 등 문학 작품이나 현대의 콘텐츠에 대한 질문에도 꽤 정성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일부러 노래 가사의 일부를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바꿔서 질문했을 때나 아이스크림을 눈사람이라고 부르는 아이에 대한 질문 등에 대해서도 문제 없이 답변한 것으로 보아 맥락을 이해하거나 사람의 실수 등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걸로 보인다.
다만 ‘올해 물가가 좀 내려갈까?’ 혹은 ‘올해 월드 시리즈에서 어떤 팀이 우승할까’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언어 모델의 입장에서 예측할 수 없으며 다양한 변수들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파인애플 피자가 맛있다고 생각해?’ 또는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는 누굴까?’ 등의 질문에는 개인의 의견 문제라고 모호하게 답했다.
챗GPT 이전에 나왔던 챗봇인 ‘테이’나 ‘이루다’는 일부 이용자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내용 등을 학습시켜 논란이 된 ‘테이’나 국내 챗봇 서비스 ‘이루다’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의견이 갈릴만한 내용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경우 사전적 정의들을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챗봇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밝힌 검색 기능 외에 논문 작성에 사용하거나 논문 작성 등 학술적인 영역이나 교육 서비스, 번역 등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람이 직접 했을 경우에 시간이 걸리거나 반복적인 작업에 대한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에듀테크 스타트업 ‘팀스파르타’가 온라인 코딩 강의의 즉문즉답 서비스에 챗 GPT를 적용해 코드 오류를 체크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이 직접 오류를 잡아내는 것보다 AI가 빠르게 코드를 검토해 첨삭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한 인공지능 기업 관계자는 “인공지능의 발달은 예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상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의 인공지능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용으로 쓰였다면 이제 수요가 있고 돈을 지불할 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논문을 작성하면서 공동 저자에 챗GPT를 기재하거나 대학생들이 과제 작성을 위해 챗GPT를 활용하는 사례 등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 하원에서 챗GPT가 작성한 연설문을 활용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용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AI 챗봇이 활용되는 범위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먼저 구글이 공개한 챗봇 ‘바드’의 홍보 영상에서 틀린 정보를 제시한 것이 화제가 됐다. 구글은 테스트 과정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일축했으나 챗봇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퍼졌을 때 잘못된 정보를 퍼트릴 수 있는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과제 혹은 시험에 챗GPT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강의계획서에 챗GPT 관련 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서울대는 교내 AI 연구원과 챗 GPT를 활용한 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해외에서도 챗GPT를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시험 방식을 글로 쓰는 것이 아닌 구술시험으로 바꾸는 등 챗GPT 활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챗봇 기술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챗GPT를 통해 악성 코드를 만들어 내거나 가짜 뉴스를 만들어 온라인에 살포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지금도 문제가 심각한 광고성 스팸 메일을 더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등이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나온 기술을 못 쓰게 막을 수는 없으니 윤리 기준을 확실하게 세우고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AI 기술의 편리함은 이미 입증이 됐고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해도 어떻게든 사용할 것이다”며 “AI 사용의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과제나 시험 등 AI를 사용했을 때에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영역 등에 대해서는 사용을 금지한다고 확실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챗봇을 통한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법적인 근거가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처벌하고 AI를 통한 범죄를 추적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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