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또 ‘잘파세대’가 뜬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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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잘파세대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2 00:02:30

최근 ‘잘파세대’가 떠오른다는 뉴스 기사들이 눈에 띈다. 이제 MZ세대는 가고 ‘잘파세대’가 대세라고 한다. MZ세대라는 용어가 떠오른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제는 또 한물갔다고 하는 것을 보니 세월의 흐름이란 참 빠른 것 같다.

그래서 이 잘파세대라는 것이 뭔가 하면 기존에 젊은 세대를 지칭할 때 쓰이던 MZ세대에서 M을 떼고 남은 Z세대를 다음 세대인 알파세대와 붙여서 잘파세대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M(밀레니얼)세대가 대략 1980년생부터 1995년생까지를 지칭하고, Z세대가 1996년생부터 2010년생까지를 지칭하는 것을 생각하면 ‘OO세대’라는 용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제 M세대는 젊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MZ세대라는 용어는 각지·각계에서 사용돼 왔지만 동시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된 논지는 MZ세대가 지칭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MZ세대의 맏형에 해당하는 1980년생은 2023년 기준으로 한국 나이 44살이고 Z세대의 막내에 해당하는 2010년생은 14살이다. 갓 중학교에 입학한 사람과 회사에서 이미 과장·차장을 단 사람이 같은 세대로 묶여 있었던 셈이다.

잘파세대의 시대로 바뀌었으니 M세대를 잘라 내고 나면 Z세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1996년생은 올해 한국 나이로 28살이다. 알파세대는 2010년대생과 2020년대생 중반까지라고 하니 그냥 갓난아기까지 알파세대라고 보면 된다. 아직 젊은 나이라는 것만 보면 비슷하지만 하나로 묶기에는 여전히 범위가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든다.

잘파세대에 대한 설명을 찾아보면 MZ세대 중 M세대는 아날로그 시대 또한 겪어 봤기 때문에 M세대와 Z세대의 차이가 있었지만 잘파세대는 좀 더 디지털 네이티브에 가깝다고 해석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겠지만 문제는 MZ세대가 그랬듯이 잘파세대라는 용어도 단지 디지털 경험에 한정해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잘파세대가 좋아하는 패션, 잘파세대가 좋아하는 음악, 잘파세대가 좋아하는 영화, 잘파세대의 관심사 등이 끊임없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고 동시에 MZ세대라는 용어의 문제점도 그대로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잘파세대란 용어는 어느 때는 직장에 막 들어온 신입사원의 행동을 말할 때 쓰일 것이고 어느 때엔 중학생들의 취향을 말할 때 쓰일 수도 있다.

이미 MZ세대들은 요즘 MZ세대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무언가를 보면서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누가 그러고 있다는 건지 궁금해 했고 왜 자신들이 열다섯 살이나 차이 나는 사람들과 같은 세대로 엮이는지 황당해 했다. 같은 MZ세대라는 이유로 30대 초반 직장인에게 요즘 여고생들이 뭘 좋아하는지 물었다는 촌극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온 ‘Young한데? 완전 MZ인데요?’라는 말은 MZ세대라는 용어를 조롱하는 밈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잘파세대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OO세대’라는 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세대를 지칭하려고 한다면 더 좋은 대안이 있다. 놀랍게도 ‘10대’ 혹은 ‘20대’ 이런 식으로 묶으면 한 세대 간의 격차를 10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대학교 신입생’이나 ‘신입 사원’ 혹은 ‘중학생’으로 묶으면 5년 이내도 가능하다. 요즘 젊은이들을 표현할 때 잘 하지 않는 시도지만 혁신적인 마음가짐으로 한번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한다.

오해를 막기 위해 말하자면 이건 비꼬는 게 맞다. 부디 멋들어진 용어를 만들려고 욕심을 내다가 그 용어가 지칭하는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단어를 만들어 내지 말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주기를 바란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