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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잘 챙겨 먹고, 잘 지내고 있죠.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엄마는 식사하셨어요?…”
대학 시절 2년 정도 자취를 한 적 있다. 40만 원대의 월세가 버거워 늘 월세의 절반을 내줄 룸메이트가 함께였다. 통화를 할 때면 꼭 집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던 룸메이트는 어머니의 안부 전화에 현관문을 나서며 늘 밥을 잘 챙겨 먹고 다닌다는 말로 통화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먹은 거라곤 아침에 시리얼 ‘콘푸로스트’ 한 그릇 이 전부였으면서 말이다.
룸메이트는 1+1 할인 행사 중인 우유와 대용량 콘푸로스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아침식사로 먹었고, 저녁엔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으로 때우거나 라면에 의지했다. 다만 점심에는 수업 때문에 밖에서 끼니를 때워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4000원짜리 학식이나 저렴한 밥버거를 주로 사 먹었다. 룸메이트의 하루 식사 값은 만 원이 채 넘질 않았다.
살 빼는 중이라는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댔지만, 40만 원 남짓한 알바 월급으로 매 끼니 외식하긴 버거웠을 터다. 차라리 식비를 아끼고 말지 부모님께 손 벌리는 짓은 굶을지언정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본가로 돌아가 ‘짠내’ 가득했던 자취 생활은 끝났지만, 현재 개강 시즌을 맞은 후배들의 대학 생활은 더욱 고달파질 것 같다. 고물가에 전국 대부분 대학교의 학식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내 일부 대학에는 7000~8000원대 가격의 학식도 허다해 만원으로 하루 세 끼니를 충당한다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올해 들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7.7% 올라 대학가 식당에서 외식하는 것조차 지갑이 얇은 대학생으로선 부담스럽다.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가 돼 주던 국밥은 8000~9000원대, 돈가스 한 장만 해도 1만 원이 넘는 곳도 많다. 하루 두 끼 식사 이후 커피라도 한 잔 마시는 날엔 하루 식비가 2만 원을 훌쩍 넘어 버린다.
자취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등에 따르면 대면 개강으로 자취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월세가 대부분 인상된 가운데 지난해 12월과 1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올라 월세와 더불어 공과금 부담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자취를 포기하고 통학을 하자니 2학기부터는 교통비도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어 대학생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앞서 서울시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을 최대 4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힘에 따라 요금 인상안을 하반기로 미룬 바 있다.
등록금은 또 별개 문제다. 대학생들은 15년째 동결된 대학교 등록금이 최근 고물가 국면에 따라 대학 재정 상황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내년부터 오를 수 있다는 불안한 예측 기사들을 연일 접하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등을 보면 고물가에 식비 절약하는 방법을 요약한 게시글이나, 균일가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에서 살 수 있는 유용한 ‘꿀템’을 요약한 리스트가 가장 많은 공감을 얻는다. 댓글에는 자신이 신입생임을 밝히며 참고할 수 있게 게시글을 내리지 말아 달라는 요청들이 수두룩하다. 신입생이나 후배들이 대학 생활에서 인간관계·미래 비전·사회생활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절약하는 법부터 배우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대학생들이 올해 개강과 함께 마주한 것은 오직 돈 나갈 곳뿐이다. 맘 놓고 밥 한 끼 먹는 것도, 학교를 오가는 것도, 쉴 수 있는 아늑한 자취방을 구하는 것도 다 어려운 ‘삼중고’ 속에 개강을 맞았다. 새 학기 새 출발에 고물가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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