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금융배출량 국내 온실가스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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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2710만t… 2040년 넷제로 달성해야
기업에선 한전 배출량 1035만t으로 가장 많아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8 14:00:00

▲ 18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자산 포트폴리오 내 국내 보통주 1168개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 312개의 금융배출량은 2021년 말 기준 2710만3018tCO2e로 드러났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인 6억7960만 톤의 3.9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 국내주식 자산의 금융배출량이 2700만t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이 투자·대출·보험 등의 금융자산을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탄소 다(多) 배출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할 경우 금융배출량은 늘어난다.

국민연금 금융배출량 규모는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 수준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의 모든 자산에서 나오는 배출 규모를 더하면 이보다도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2040년 내에 ‘넷제로(Net-Zero)’를 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인공지능(AI) 기반의 ESG 전문 평가기관인 ‘후즈굿’이 국민연금 자산 포트폴리오 내 국내 보통주 1168개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한 기업 312개에 대한 국민연금의 금융배출량을 산정한 결과 2021년 말 기준 총 2710만3018tCO2e(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내주식 중 일부의 금융배출량만으로도 2021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인 6억7960만t의 3.9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019년과 2020년 금융배출량은 각각 3746만t과 3372만t이었다.

금융배출량의 섹터별 비중은 소재와 에너지가 각각 동일하게 42%와 42%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하드웨어 및 반도체 8%·운송 3%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5.9%의 지분을 소유한 한국전력공사의 금융배출량이 1035만t으로 가장 높았다.

9.3% 지분의 포스코 홀딩스가 726만t·8.5%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가 123만t으로 그 뒤를 이었다. S-Oil(76만t)·LG화학(60만t)·대한항공(56만t)·롯데케미칼(55만t)·쌍용씨앤이(45만t)·SK하이닉스(41만t)·고려아연(35만t)도 10위 안에 들어갔다.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인 SBTi의 1.5℃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35년까지 2019년 기준연도 배출량(3746만t)의 67.2%를 감축해야 한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 주최한 ‘국민연금 2040 넷제로 달성 방안 토론회’에서 △PCAF(탄소회계금융파트너십)의 방법론에 따른 금융배출량 산정과 관리 △SBTi에 따른 2040년 넷제로와 2030년 중간목표 설정 및 세부 이행경로 설정 △목표이행을 위한 투자·관여·정책지지·정보공개 영역에서 활발한 기후 행동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에 기금이 최대치로 적립되고 2055년에 모두 소진된다. 현행 기금 구조에서 아무런 기후행동을 하지 않아도 2050년에 넷제로를 저절로 달성하는 상황이다. 넷제로란 금융배출량을 순제로 배출인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의 넷제로 목표를 2040년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조속히 넷제로 관련 연구를 시작해 연내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2024년에 넷제로 선언과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동 주최자인 한 의원은 “국민연금의 넷제로는 국민연금만의 넷제로가 아니다. 고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기에서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인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과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국민연금 수익률로 돌아온다”며 국민연금의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도 “기후변화는 국민연금 기금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이슈로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투자시계열과도 부합한다”며 “국민연금의 넷제로는 그런 점에서 수탁자 책무인 동시에 탈탄소 등 지속가능한 경제로 자본시장을 대전환하는 역사적인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덕찬 후즈굿 대표는 “전 세계 주요 연기금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에 금융배출량 산정을 통한 넷제로 목표설정과 감축은 기후 행동의 표준이 됐다”며 “국민연금의 이번 금융배출량 산정은 일부 주요 금융기관들만 산정하고 있는 금융배출량의 개념을 전체 금융기관으로 확산하고 넷제로를 추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