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 장기화 전망에 아라비아 고무 공급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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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아라비아 고무 생산량 70% 차지
기업들 최대 6개월 분량 재고로 보관

엄재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30 14:53:42

▲ 수단 북부 코르도판 주에 위치한 서부 엘-나후드 마을의 아카시아 나무에 아라비아 고무가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단 내전으로 ‘아라비아 고무(arabic gum)’ 공급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단 정부군과 반정부 군벌과의 전투로 아카시아 나무가 훼손되고 전투로 공급망이 파괴되면서 아라비아 고무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수단은 전 세계 아라비아 고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나라다.

수단 하르툼에 위치한 사바나 라이프 컴퍼니 총책임자인 파와즈 아바로는 “60~70t의 아라비아 고무를 수출할 계획으로 주문을 받았으나 분쟁으로 인해 수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음식이나 음료를 구하는 것조차 안정적이지 않다”면서 “사업하기에도 안정적이지 않아 당분간 모든 거래가 중단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건강 보조 식품 제조·판매업체인 검 아라빅 USA의 모하메드 알누르 사장도 “현재 수단에서 아라비아 고무를 추가로 공급받는 것은 혼란과 도로 차단으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식음료 제조업체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아라비아 고무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수단산 아라비아 고무를 원료로 하는 기업들은 기존 비축분을 이용하면서 수단의 내전이 끝나기를 바라거나 대체 공급 국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의 정치 불안정을 경계해 온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같은 기업들은 공급망 불안정에 대비해 오랜 기간에 걸쳐 원료를 미리 구입해 왔다. 일부 기업들은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해 3~6개월 분량을 보관하고 있다고 수출업체와 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는 전했다.

유명 식음료 회사에 아라비아 고무를 공급하는 케리그룹 조달 관리자인 리처드 피네건은 “수단 내전의 지속 여부에 따라 생산된 제품의 재고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5~6개월 내에 비축하고 있는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네덜란드 공급업체인 포가검의 마르틴 버그캄프 파트너도 3~6개월이면 재고가 바닥 날 것으로 전망했다.

케리그룹에 따르면 아라비아 고무는 전 세계에서 연간 약 12만 t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부분 에티오피아·차드·소말리아·에리트레아 등 경작지와 사막이 만나는 아프리카 동쪽에서 서쪽으로 약 800km에 이르는 ‘검 벨트’에서 채취된다.

알누르 사장은 “수단 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더 질이 낮은 저렴한 아라비아 고무도 있지만 수단, 남수단, 차드의 아카시아 나무에서만 발견되는 성분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식음료를 비롯한 소비재 산업에서 아라비아 고무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식품의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식품첨가물로 필수 불가결한 재료이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의 대수단 제재 대상에서도 제외됐는데, 아라비아 고무가 필수 원자재라는 점과 암시장 형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수단의 유목민들은 아카시아 나무에서 호박색 아라비아 고무를 채취해서 정제, 포장에 이르는 작업을 직접 도맡아 처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라비아 고무 제품은 수단 전역으로 운송된다. 수천 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라비아 고무는 비싼 품종의 경우 t당 약 3000달러(약 400만 원)에 거래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우리가 아카시아 나무로 잘못 알고 있는 ‘아까시나무’와는 달리 아카시아 나무는 열대 기후에서 자란다.

엄재만 기자 jmeo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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