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이다… 수단 교민 철수 ‘프라미스’ 작전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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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11 08:33:18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위급한 상황에 빠진 교민 28명을 구출하는 작전이 정부의 신속한 대응, 우방국들의 긴밀한 협조로 성공 신화를 만든 것이다.

종교·인종 갈등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수단의 정치 상황이 극도로 불안해져서 교민의 안전이 위태로워지자 정부 당국은 28명의 교민 전원을 철수시키기로 한다. 작전명은 ‘프라미스(Promise·약속)’.

적대 세력 간 교전이 벌어지고 하르툼 공항이 폐쇄되자 교민들의 안전이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한 정부는 4월21일 긴급 구조작전에 들어갔다. 김해 기지에서 공군 수송기가 날아가고, 교민들은 하르툼을 벗어나 1170km를 육상으로 이동한 뒤 다음 날 수단 북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작전에는 미국의 정보 제공과 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 등 우방들의 육로 안전확보 지원 등 국제공조가 긴밀하게 진행됐다.

방미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도 비행기 안에서 상황을 보고 받으며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일행에는 일본인 현지 교민 5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포트수단에 대기 중이던 일본 자위대에 인계돼 무사히 수단을 탈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포트수단에서 사우디 제다 공항으로 후송된 교민들은 비행기를 갈아타고 25일 오후 4시 서울 공항에 도착했다.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인질구조 작전을 벌이는 과정을 사실처럼 묘사한 영화로는 ‘아르고’(2012)를 꼽을 수 있다. 배우 벤 애플렉이 제작·감독·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각색을 가미했지만 위급한 상황의 긴박감은 현실처럼 생생하게 묻어난다.

1979년,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과격 시위대에게 점령당하고 70여 명의 직원이 인질로 잡히지만 6명은 캐나다 대사관저로 은밀히 피신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들이 논의되던 끝에 영화 제작진으로 위장한 구조대가 출동한다. ‘아르고’는 가짜 영화의 제목이자 구출 과정을 다룬 진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구조대는 할리우드 제작사들과 협력해 가짜 시나리오를 만들고 배우를 캐스팅하며 촬영 장소 헌팅이라는 명목으로 테헤란에 잠입한다. 그리고 인질들을 감독·제작자 등 스탭으로 꾸며 공항으로 향한다. 그 순간 미 대사관의 파기 서류를 복원한 이란 혁명군은 직원 중 일부가 탈출했고 영화 제작진으로 위장해 이란을 탈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항을 폐쇄하지만 비행기는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에 이륙에 성공한다.

▲ 수단 군벌 간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 작전을 통해 철수한 교민들이 군 수송기를 이용해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이러니하게도 주 이란 미국대사관에 잡혀 있던 70여 명의 미국인을 구출하려던 작전은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 미군 특수부대의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은 정작 현장에 접근도 하지 못한 채 8명의 희생자만 내고 철수하고 말았다. 미국 정부는 육군·해군·공군·해안경비대원으로 구성한 특수부대를 동원해서 인질을 구출하려는 ‘독수리 발톱 작전’을 시도했으나, 계획 차질과 항공기 충돌 사고로 애꿎은 미군 수송기 승무원 8명이 목숨을 잃는 결과로 끝나 이란군의 비웃음을 샀다.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던 미국의 정보와 작전 능력의 실상을 드러낸 사건으로 꼽힐 정도로 뼈아픈 케이스였다.

성격은 다르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되거나 목숨 걸고 탈북한 탈북민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도 지켜보았다. 2020년 9월22일 밤,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인 이대준 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되었고, 실종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38km 떨어진 북방한계선 이북의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해안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지고 시신은 소각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씨가 북방한계선을 넘은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가 생존해 있을 때 북한군의 사격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문재인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논란이 들끓었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의 생명을 고의로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수단 교민 구조 작전과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은 극명하게 대조적이다. 국민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떤 대책을 세우고 행동했는가의 차이다. ‘프라미스’ 작전은 말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신화로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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