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의 영화세상] 영화제 지원금은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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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08 08:06:36

각종 지원금이 좌파 운동자금으로 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영화제들이 좌파 운동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영화제)는 올해 제작 지원작으로 ‘문재인입니다’를 결정하고 1억 원을 지원했다.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것이 바로 선정해야 하는 이유”라는 앞뒤 안 맞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일반 개봉에 앞서 영화제에서 바람을 잡았다. 정치적인 색깔을 거부한다고 밝히고도 정작 영화제 측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영화 상영을 강행한 것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노회찬 6411’(2011), ‘노무현입니다’(2017), ‘그대가 조국’(2022) 등 영화제 취지와 맞지 않는 영화의 상영을 계속했다. ‘삽질’(2019)은 이명박 대통령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을 조롱하고 폄훼하기 위한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도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사업하라고 도와줬더니 영업은 않고 엉뚱한 난봉질로 날밤 새우는 꼴이랄까.

전주영화제의 올해 개최 비용은 56억9000만 원이다. 이중 35억 원을 전주시와 전라북도에서 지원했고 영진위에서도 8억1500만 원을 지원했다. 자체 조달은 13억7500만 원, 자립도는 24% 수준이다. 외부의 지원이 없다면 스스로 개최를 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기수 격인 부산영화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예산은 122억2000만 원. 이 중 부산시가 지원하는 비용 60억 원과 영화발전기금 12억8000만 원을 제외하면 41% 정도가 자체 부담이다. 그나마 다른 영화제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하는데도 그 정도다.

부산영화제는 ‘다이빙벨’(2014)을 비롯 ‘경계도시’(2002), ‘부러진 화살’(2012), ‘모래가 흐르는 강’(2013), ‘천안함프로젝트’(2013) 등 정치적인 논란의 소지가 있는 영화들을 줄지어 상영했다. 초창기인 제3회 때는 다큐멘터리 부문의 운파상 수상작으로 ‘본명선언’(1998)이란 영화를 선정했지만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감독 홍형숙이 일본 교포 감독 양영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표절하고 자료를 무단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영화제 최대의 스캔들로 남아 있지만 영화제 측은 선정 철회나 논란에 대한 사과가 없다. 오히려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이 나서서 편향된 시각의 교수·영화평론가·기자들을 동원해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수습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자칭 전문가들을 동원해 방탄막을 친 것이다.

2020년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되었을 때 다큐포럼2020이란 단체는 부산영화제 측에 “‘본명선언’의 표절 여부를 밝히고, ‘본명선언’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양영희 감독에게 사과하고, 표절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도 “홍형숙 감독의 ‘본명선언’이 양영희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의 창작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다큐포럼2020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영화제 측이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것은 같은 진영을 지키겠다는 패거리 행태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부산시가 폐쇄적이며 패거리적인 운영을 강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용관 이사장의 임기가 끝나자 재위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퇴진시키려 했지만 이용관 측은 같은 편을 드는 영화인들을 동원해 부산시의 정당한 감독과 관리를 부당한 간섭과 압박으로 몰아갔다. 결국 부산영화제는 부산시의 감독을 받지 않고 예산과 인사 집행을 할 수 있는 별도 법인으로 변신했다.

최근, 이 이사장이 직제에도 없던 운영위원장 직을 만들고 그 자리에 측근을 앉힌 것이 영화제를 장악하기 위한 과욕으로 비치며 영화인들로부터도 반발을 사고 있다. 결국 개최를 앞두고 조직위원장 대행 체제로 가기로 하고 운영위원장의 자진사퇴를 권고하는 것으로 임시봉합을 했지만 올해 행사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많은 영화인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치 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전주영화제, 좌파영화(인)의 대본영 노릇을 하면서도 주도권 싸움으로 내분을 겪고 있는 부산영화제에 지자체 예산과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것은 영화 문화의 확산과 진흥이라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 정부는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을 받은 1만2000여 개 민간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1조1000억 원 규모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확인되었고 314억 원이 부정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은 그나마 감사조차 없다. 국제든 국내든 영화제는 예술 행사라는 미명하에 좌파들의 해방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지자체나 영진위는 영화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엄격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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