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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칼럼] 백병원의 백씨 가문을 둘러싼 궁금증
해방 이후 반공에 충실했던 名門 실향민 집안
백낙청 등장 이후 가세 기울고 평판 추락 왜?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04 06:31:10
 
▲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서울백병원 폐원 소식만큼 묘한 게 없다. 서울 도심의 공동화로 지난 20년 내내 적자였다는 경영상의 문제와 별도로 또 다른 관심거리는 현대사의 명문 백씨 집안의 부침(浮沈)이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더니 꼭 그렇다. 의료 역사만 봐도 백병원은 원조 외과의원으로 유명했고, 일제강점기 때는 경성의전 부속병원과 세브란스병원과 견주는 명성을 지닌 병원이었다.
 
그런 백병원의 중흥기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 산업화 시대와 겹친다. 작은 의원에서 출발해 훗날 의과대학까지 세웠다. 하지만 그보다 눈여겨볼 게 빵빵한 집안 내력이다. 일제 때 백인제외과의원을 세운 건 7남매 중 셋째아들인 백인제(1899년생)였다. 그만큼 유명했던 건 친동생 백붕제(1910년생)다. 스물넷의 나이에 사법·행정 양과를 패스한 전설 탓이다.
 
하지만 백병원 중흥의 몫은 백인제 아닌 백붕제의 아들 백낙환(1926년생)이었다. 10대 나이에 큰아버지 백인제의 양자로 들어가 성장했고, 끝내 외과의사로 활동하며 가업(家業)을 이은 것이다. 옛 백인제외과의원 자리에 1975년 서울백병원을 신축하고, 부산·상계·일산·동래백병원 등에 이어 1979년 부산에 인제대까지 세운 게 그의 공이다. 단 이들 셋의 명성을 능가하는 것이 문학평론가 백낙청(1938년생)이다.
 
그는 백낙환의 이복동생. 나이 스물다섯에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된 데 이어 1966년 창간한 계간지 창작과비평을 디딤돌로 지금껏 대학사회와 문화계를 사실상 평정했다. 그래서 가히 ‘숨은 신(神)’의 반열이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내내 교육부 장관이나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렸는가 하면,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좌파 시민사회를 총괄하는 원탁회의의 좌장이다.
 
현재까지도 영향력이 커서 민주당 이재명 체제를 명분과 실질에서 뒷받침하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이재명은 김대중 이후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란 발언 한마디로 당 전당대회의 방향을 제시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해방 이후, 아니 근현대 이후 문학을 배경으로 이만큼 출세 아닌 출세를 했던 사람도 없다. 문제는 그가 집안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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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혐의를 뒷받침해 주는 증거의 하나가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회담 때 뜻밖에도 외과의사 백낙환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 땅을 밟은 사건이다. 수행원 자리는 당시 김대중과 밀접한 백낙청의 몫이었는데, 그걸 이복형에게 양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백낙환은 김정일과 나눈 악수 사진을 자기 자서전 ‘영원한 청년정신으로’(2007년 한길사)에 큼직하게 집어넣었다.
 
직후 그는 북한의 수액(링거) 공장 건립에도 관여했다. 희한한 건 그 이후 그의 변화다. 엄연히 실향민인 그가 자서전에서 “반공은 낡은 이념”(280쪽)이라고 떡 못을 박는다.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소싯적의 백낙환은 제헌의원에 출마했던 큰아버지의 선거운동원 노릇을 하면서 반공을 몸에 익힌 탓이다. 참고로 당시 자기 친아버지 백붕제는 선거 사무장이었다.
 
그렇게 활동하던 백인제·백붕제 형제가 6·25 전쟁 때 인민군에 동반 납치됐던 집안 내력까지 감안한다면 “반공은 낡은 이념” 발언은 평지돌출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자서전 곳곳의 친노무현 발언 등도 석연치 않고, 그와 별도로 ‘전환시대의 논리’를 쓴 리영희에 대한 깊숙한 공감 표현도 좀 걸린다. 그러면서 아우 백낙청을 통일운동가로 떠받드는 대목은 그저 아연할 뿐이다.
 
그가 노년기 이후 변질된 거라면 아우 백낙청의 악영향 탓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백낙청은 형을 돕는다는 명목 아래 백병원 이사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래서 묻는다. 1970~1990년대 중흥기를 맞았던 백병원의 위용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니 설립자 백인제가 조카 백낙환을 끌어들인 게 묘수였을까, 자충수였을까?
 
그게 자충수였다면, 원인 제공을 한 인물은 단연 백낙청일 수밖에 없다. 지난 반세기 한국사회를 황폐화시켜 온 그가 끝내 집안까지 오염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 이젠 그의 실체도 거지반 드러났다. 한때 그가 입만 열면 떠들어대던 민족문학·민중문학은 한국문단을 퇴행시켜 온 주범으로 꼽힌다. 그러던 그의 집안이 먼저 무너지는 게 과연 우연일까?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서울백병원이 쓰러진 뒤 부산·상계·일산·동래백병원 등과 인제대는 타격을 안 받을까 하는 것이다. 서울백병원 폐원도 뜻대로 될지 의문이다. 서울시의 제동으로 그 자리에 이름을 바꾼 전혀 다른 병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현대사의 명문가 백씨 가문의 부침이 거듭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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