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는 없고 인플루언서에게는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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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셀러브리티’ 넷플릭스 주간 시청 시간 1위
쉽게 생성되고 쉽게 증발되는 이미지의 세계 다뤄
인스타그램의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에 미혹되지 말아야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17 11:16:10

▲ 넷플릭스 드라마 ‘셀러브리티’는 SNS라고는 모르던 서아리가 우연히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접하면서 그 구역의 셀럽으로 자리 잡아 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를 가장 깊은 우울로 떨어뜨리는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내 삶에 어떠한 화려한 이미지도 없는데 가까운 친구들의 SNS나 프로필 사진 등이 온갖 화려한 이미지들로 치장되어 있는 걸 볼 때일 것이다.”

정지우 작가의 책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제주도·일본·동남아의 풍경 그리고 이태원·청담동·성수동의 화려한 이미지, 핫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초초하고 불안하다.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자신이 뒤처진 듯 느껴진다.

인스타그램 속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는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우리의 일상을 비루한 어떤 것으로 전락시킨다.

인기가 곧 돈과 권력으로 연결되는 셀럽들의 세상 ‘셀러브리티’가 최근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에서 주간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SNS라고는 모르던 서아리가 우연히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접하면서 그 구역의 셀럽으로 자리 잡아 가는 이야기다.

기존의 셀럽은 단지 유명하다는 사실만으로 돈을 벌 수 없었다. 상업광고 제안이 들어오고 카메라 앞에 서야 돈이 생겼다. 그 시절 셀럽의 인기는 몸값에 비례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시대의 셀럽은 이 부분에서 전도가 일어난다. 셀럽이 되어야 광고를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라는 거대 광고판을 통해 셀럽으로 등극한다.

SNS 스타를 우리는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인플루언서는 말 그대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셀러브리티’ 첫 회에서 서아리는 백반집을 찾아 두부 반찬 사진을 하나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이 일로 그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고 연 매출 30억의 대형 식당으로 성장한다. 이 에피소드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대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SNS에 ‘내돈 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물건)이라는 표기가 붙는 것은 역설적으로 협찬(공짜로 제공 받는 물건)이 얼마나 횡행하는지 잘 보여준다.

환각적 이미지로 가득한 인스타그램 세상에는 절망이 없지만 인플루언서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 서아리는 경쟁자들의 시기와 모함으로 인해 바닥을 경험한다. 그의 어머니는 사기꾼이 되어 감옥에 갇히고, 동업자는 자살하며, 조력자는 죽음의 위협을 느낀다. 빨리 높이 치솟을수록 추락은 뼈아프다.

인스타그램 속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는 우리 세대가 지향하는 삶이지만 완전한 삶은 아니다. 하나를 좇고 나면 다른 이미지가 기다리고 있고, 그것에 도달하면 또 다시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속에는 절망이 없지만 이미지의 환유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유저에게는 희망이 없다.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길 잃지 않는 것, 환각과 현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만이 나와 나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고 드라마는 말하는 듯하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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