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대구銀 불법 계좌 파문… 줄잇는 비리 은행들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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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전환 차질 불가피
금융감독원 “위법행위 엄정 조치”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10 17:01:02

최근 은행 직원들이 거액 횡령 등의 불법을 저질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대구은행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국 검사 결과 대구은행 직원들의 비리 정도가 중대할 경우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계획 중인 대구은행의 인허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금융당국과 대구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혐의를 인지하고 전날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구은행의 비위 사실을 8일 인지하고 자체 감사를 진행한 결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즉시 검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위법 및 부당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대구은행이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본 뒤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작년 1000여건 이상의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직원들은 내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후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의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추가로 한 개 더 만들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A증권사 위탁 계좌 개설 신청서를 받고 동일한 신청서를 복사해 ‘계좌 종류’만 다르게 표기하고 A증권사 해외선물계좌까지 개설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A증권사 보고 계좌가 개설됐다’는 문자를 2번 받고 특별한 의심 없이 지나쳤다. 그러나 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직원들의 비위가 드러나게 됐다.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고객 명의로 다른 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만든 사실을 감추려고 계좌 개설 안내 문자(SMS)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특히 대구은행은 이런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단지 7월 각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대구은행이 영업점에 보낸 공문은 고객의 동의 없이 기존 전자문서 결재 건을 복사해 별도의 자필 없이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인만큼 실명을 확인한 후 전자문서로 직접 고객 자필을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관련 대구은행 측은 “자체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검사 결과가 나오면 문제 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국은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뒤 금융 거래를 해야 한다. 이번 비위는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맡은 경남은행 직원의 600억 원대 횡령에 이어 증권업무 대행을 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적발되는 등 은행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주 모든 금융권의 PF 대출의 자금 관리를 점검했고 이번 주에도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의 자체 내부 통제 강화를 지시하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작년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 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그해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엔 장기 근무자에 대한 인사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명령 휴가 대상자에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남은행에 이어 대구은행에서도 금감원의 지침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은행 등 금융사들에 순환근무와 명령 휴가제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들여다 볼 방침이다.

또 시재금 관리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사전·사후 통제 강화 및 고객 문서 위변조 점검 등도 함께 점검한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달 8일 임원 회의를 통해 “금융사고 원인 및 금융사의 내부 통제 실태를 철저히 점검해 미흡한 사항은 신속하게 지도하고 금융사의 자체 점검 내역 중 중요한 사항은 금감원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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