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엇갈린 유엔 ‘안보리 개혁론’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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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 정상중 바이든만 참석
안보리 개혁취지엔 공감… 방법론에선 온도차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0 14:49:04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렸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고 4개국 정상이 참석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할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마저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안보리가 더이상 지정학적인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무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안보리 5개국은 미국과 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2차 대전 승전국인 강대국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유엔총회에서 해묵은 과제인 안보리 개혁론이 주목받았다. 안보리는 유엔의 가장 큰 목적인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유지에 관해 주요 책임을 지는 기구이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개혁론이 등장한지 오래됐다. 제3세계 가입국수의 급증, 냉전시대의 거부권 남용에 의한 기능마비, 상임이사 5개국의 상대적 지위 저하 등으로 안보리의 정당성과 실효성이 요구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리를 현재 국제사회 상황에 맞춰 개혁하자”고 주장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비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한다”고 가세했다.

이와 함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안보리가 5개 상임이사국의 정치적 이해가 충돌하는 전쟁터로 전락했다”며 상임이사국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보리 개혁은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안보리 구성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각국의 엇갈린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개혁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확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독일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유엔 내부에서 이른바 ‘G4’로 불리는 국가들은 상임이사국 확대론을 주도하고 있다. 상임이사국이 늘어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다. 미국과 영국도 상임이사국 확대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은 반대하고 있다. 단순히 상임이사국 수만 늘릴 경우 장기적으로 안보리의 융통성과 지속 가능성·대표성을 저해하게 된다는 논리다. 한번 상임이사국이 되면 영구적으로 지위를 유지하게 되는 구조상 미래 국제정세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상임이사국 확대의 대안으로 정기적인 투표를 통해 안보리의 일반 이사국을 확대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안보리의 책임성이 제고될 뿐 아니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국가들이 안보리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보리 개혁론을 주장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도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기존 체제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보리 개혁론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문제도 안보리 개혁 과제의 주요 안건이다. 상임이사국 중 1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모든 결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안보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5개 상임이사국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거나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5개 상임이사국에 대해 거부권이라는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설득해 성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다.

안보리가 더욱 세계의 현안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1945년 부여된 5개 상임이사국 지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은 G20이나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영국·호주 삼각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등 새로운 다자협의 틀을 육성해오고 있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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