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만 노리는 비례대표들… 與도 野도 험지 출마에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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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가능성 높은 지역구에 쏠리는 추세

노태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4 17:05:25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전지대’에 몰리는 경향이다. 소속 정당에 우호적이거나 지난 대선에서 자당 후보가 상대후보보다 많이 득표한 지역 등 당선 가능성 높은 지역구에 쏠리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특정 전문성이나 존재감을 인정받아 선거를 치르지 않고 원내 입성한 이들이 정치인으로 우뚝 서려면 지역구에서 승리를 쟁취해야 하지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여기서 명분과 욕망·실리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들은 지역구 출마자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국회에 입성한 대신 다음 총선에서 이른바 ‘험지’ 도전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험지에서 승리할수록 정치적 명분과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심지어 당선이 불투명한 험지 출마 자체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선이 용이한 자당의 ‘텃밭’ 지역구에 출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21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47명 가운데 국민의힘 비례의원 21명 중 3명만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패배한 지역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바로 권은희(광주 광산을)‧정운천(전북 전주을)‧최영희(경기 의정부갑)이다. 광산을과 전주을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80%를 넘긴 반면 윤 대통령 득표율은 각각 12%‧15%에 그쳤다.

최 의원이 출마 준비 중인 의정부갑 역시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44%)이 이 대표(53%)에게 밀린 지역의 하나다. 현재 해당 지역구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영입인재로 출마시킨 오영환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오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주당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6선을 지낸 지역인 만큼 뚜렷한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힌다.

민주당 비례대표 16명 중 재선 의사를 밝힌 의원은 13명이다. 이들 대부분 민주당 우세지역인 호남 내지 수도권 출마를 희망한다고 알려졌다. 모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 몰리다 보니 13명 중 10명은 사실상 자당 의원과 경쟁하게 된다. 경선이 곧 본선이나 다름없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밀린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인물은 신현영 의원(마포갑) 정도다. 현재 현역이 같은 당 노웅래 의원이지만 뇌물죄로 재판을 받고 있어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권인숙 의원이 도전하는 용인갑은 작년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 더 많이 득표했지만 같은 해 지방선거 때는 도지사‧시장 선거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앞섰기 때문에 역시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기도 한다.

노태하 기자 thn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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