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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도 피살 사건을 두고 캐나다와 인도의 외교적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에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캐나다의 조사에 협력할 것을 독려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CBS뉴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한 블링컨 국무장관은 시크교도 피살 사건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미국)의 관점에서 캐나다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며 인도가 이 조사에 대해 캐나다인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초국가적 탄압으로 보이는 어떤 사례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매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그런 행위를 할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나라도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는 국제적 시스템이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이 이 사건에 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은 있지만 정부 고위 인사가 직접 인도를 향해 발언한 것은 블링컨 장관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이 사건에 관해 캐나다 동료들과 단순한 상의뿐만이 아니라 조정까지 함께 해왔다”라면서도 캐나다와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캐나다 주재 인도 외교관들의 대화가 포함된 사건 관련 정보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동맹국이 수집해 캐나다에 제공했다는 캐나다 CBC 뉴스의 보도에 관해서도 답변하지 않았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호주·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정보공유 동맹이다.
같은 자리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는 내가 말한 믿을 만한 주장을 몇 주 전에 인도와 공유했다”라며 인도 정부가 조사에 협력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기관이 캐나다 정부에 사건 관련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는 인도 정부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결론짓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익명의 관리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핵심 정보인 인도 외교관의 대화를 도청한 건 캐나다 관리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뤼도 총리는 6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한 시크교 사원에서 복면 괴한 2명에게 총탄을 맞고 숨진 하디프 싱 니자르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연루됐다는 신뢰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어 캐나다 정부는 자국 주재 인도 외교관을 추방했고 인도 정부 역시 트뤼도 총리의 주장을 부인하며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양국은 상대국 내 자국민에게 여행경보도 발령한 상태다. 인도 정부는 21일부터 캐나다인에 대한 비자 발급도 중단했다. 양국이 추진하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도 잠정 중단됐다.
미국으로서는 전통적 우방국가인 캐나다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계획의 핵심 국가인 인도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NYT는 미 정보기관의 정보 제공이 사실로 드러나면 미국이 양국 외교전의 덫에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살해된 니자르는 인도계 캐나다인이었다.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을 인도에서 분리해 시크교 국가 ‘칼리스탄’을 세우려는 분리주의 운동단체의 지도자였다. 인도 당국은 2020년 그를 테러와 살해 음모 혐의로 지명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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