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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기업가치와 미래 수익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증시는 아닌 듯하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 세계 시장의 2%에 불과하다.
지표로 보면 더 충격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2∼2021년 한국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1.2배로 선진국(2.2배)·신흥국(2.0배)보다 한참 낮았다. PBR은 기업의 순자산과 주가를 대비한 것으로 PBR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분석 대상 45개국 중 41위로 베트남·필리핀 등 일부 신흥국에도 밀렸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저조했다. 10년 동안 우리나라 상장사의 PER은 평균 17.0배에 그쳤다. 선진국(22.0배)뿐 아니라 신흥국(21.3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무엇이 한국 주식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을까? 이유는 다양하다. 남북 대치 상황을 비롯해 불투명한 지배구조, 미흡한 주주환원, 자본 재배치 실패에 따른 저조한 수익성 및 성장성, 관치 경영 등 많다. 개인적으로 지배주주와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주는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데 지배주주는 주가가 내려가길 바란다는 얘기다.
지배주주가 주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니 무슨 말일까. 우리나라 주요 상장사는 대부분 오너 경영 회사다.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상속세 부담이 크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과세표준 30억 원 이상)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업 승계 시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를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를 적용하면 최고세율은 60%로 올라간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지배주주는 ‘반(反)주주 정책’을 택한다. 주가가 낮으면 납부할 세금이 감소하니 주가를 부양할 필요는 없다. 경영승계 전 주가가 하락하면 더 좋다.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자녀 명의로 비상장 회사를 세운 뒤 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며 상속세를 절감하는 방식이다. 그런 목적으로 회사 돈을 쓴다면 주가는 높이 평가받기 힘들다. 상속세 자금 마련 등에 대비해 벌어들인 돈을 주주환원에는 거의 쓰지 않고 현금으로 쌓아 두는 기업도 적지 않다.
지배주주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로서는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행동이다. 오너와 주주가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상속세 제도를 개편하는 게 첫 번째다. OECD 평균 수준(약 15%)으로 낮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럴 경우 지배주주는 배당성향 상향 등 주주환원 확대를 무리 없이 실시할 수 있다.
상속제 개편은 사실 민감한 문제다.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부의 대물림을 인정하는 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 수입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넓게 보면 다르다. 상속세율 인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면 주가가 상승해 기업들은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과정에서 많은 돈을 확보할 수 있다. 시설투자로 이어져 일자리를 창출하면 나라 경제에는 이득이다.
국민도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국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 수는 1400만 명에 이르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은 국내주식을 수백조 원 단위로 운용 중이다. 이제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다. 높은 상속세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있다면 상속세율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낮추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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