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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한 개정 의료법이 25일을 기해 시행됐다. 이를 두고 환자나 보호자 측은 환영하지만 의사 등 의료진은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수술 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해당 영상은 최소 30일간 보관해야 한다. 또한 전신마취나 수면마취 등으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환자를 수술할 때도 수술실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CCTV 설치 및 촬영 의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위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의료기관은 고화질(HD) 이상의 성능을 보유한 CCTV를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화면에 나오도록 설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술 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환자에게 미리 알려야 하며,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할 수 있도록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응급 수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 저해 우려 △수술 직전에 촬영을 요구한 경우 등의 사유가 있으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이러한 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엔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거부 사유를 기록해 3년간 보관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자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의협·회장 이필수)는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은 “의사의 절반 이상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해 수술실 폐쇄 의향을 밝혔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주장의 근거로 8~18일에 응답자 12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들어 응답자의 55.7%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따라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음을 설명한 것이다.
또한 의협은 전체 응답자 93.2%기 의료법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91.2%는 이것이 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90.7%는 개정 의료법이 외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져 필수 의료가 붕괴할 것으로 봤다고 알렸다. 반대하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의료진 근로 감시 등 인권침해가 5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49.2%), 진료 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4.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환자 및 보호자 단체 등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너무 넓고,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성형수술을 받다 숨진 권대희 씨의 어머니이자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인 이나금 씨 역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촬영 거부 사유, 영상 보관 기간, 열람 절차 등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부분의 규정이 부실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수술을 예정대로 하기 어려운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다”라며 촬영 거부 사유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엇갈리면서 2021년에 의료법이 개정된 이후 2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이어진 첨예한 대립은 법안 시행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CCTV가 의료현장에 처음 도입돼 환자와 의료진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불법행위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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