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개발원의 터무니없이 낮은 차량기준가액... 소비자 피해는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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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20% 저렴해 소비자 실손 보상 어려워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 선정...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꼴

김흥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9-26 17:20:13

▲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이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월 15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마련된 보험사 침수차량 집결 장소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 모여있다.

보험개발원(원장 허창언)이 공지하는 중고차의 차량기준가액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 자동차 보험 소비자들만 애꿎은 손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기준가액이 시세보다 낮으면 사고로 인해 전손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실제 피해액보다 낮은 금액의 피해보상을 받기 때문에 소송 등으로 구제를 받아야 한다.

보험개발원에서는 보험회사에 필요한 각종 기준 요율표를 제시하고, 개별 보험사 내 계리사가 개발한 개별 보험상품에 대한 검수 등을 수행한다.

보험개발원이 공지하는 차량기준가액은 전국중고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중고차조합)이나 한국물가협회(물가협회) 등에 축적된 자료를 취합해 3개월 단위로 산정된다.

중고차조합의 매매상사는 자신의 사업목적을 위해 중고차를 매입하기 때문에 취득세 등 세금감면을 받기 위해 매매조합을 통해 국토부에 신고한다.

이 때 신고되는 가격은 중고차의 상품화작업(세차·정비·도색 등)을 거치지 않은 가격으로 중고차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전될 때의 가격보다 약 20% 정도 저렴한 가격이 신고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차종의 통계를 집계하고 있는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신차등록 후 7년 이내에 침수·사고 등으로 폐차 말소 등록되는 상위 10개 차종의 중고차플랫폼의 중고차 시세와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보험개발원이 평균 20%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의 모닝이나 쉐보레의 스파크 같은 경우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이 100만원 이상 저렴했다. 중형차의 경우에도 차종에 따라 200~300만원 시세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6400개의 매매상에서 발생하는 차량매매가격을 직접 조사하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보험개발원은 차량기준가액 조사를 위해 관련 협회나 중고차조합 등에 비용을 지불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보험개발원의 이 같은 행태가 차량기준가액과 중고차 시세의 차이를 불러오고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또한 보험개발원이 차량기준가액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의혹의 눈길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손해보험사가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을 기준으로 소비자피해를 보상해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개발원의 이 같은 기준은 보험회사의 이익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를 비롯한 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이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며 고공행진을 하는 이면에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도 한 몫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보험개발원은 보험회사들이 금원을 갹출해서 설립하고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이해에 반하는 행위를 하기 어려운 기관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는 기업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전 국민이 부담하는 금액이기에 보험료의 증감은 소비자 생활에 밀접할 수 밖에 없다”며 “보험사의 실적과 주가가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좋아진다고 하는 것은 그 반대쪽에 있는 기업과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불합리하게 털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흥수 기자 khso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