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증권사 PF 리스크… “PF 손실 최대 4.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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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내년 상반기까지 증권사 PF 손실 1.4조~2.8조 원 추산
신용위험 확대, 브릿지론 만기 집중, 리스크 대응력 차별화 지적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01 09:00:00

▲ 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기평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추산한 증권사 PF 손실 규모는 2조3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규모가 최대 4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향후 1년간 수조 원의 브릿지론이 만기를 앞두고 있고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PF 리스크 수준·대응력이 다르다는 점을 악재로 꼽았다.

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기평이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추산한 증권사 PF 손실 규모는 2조3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규모별로 △대형사(8곳) 1조~1조9000억 원 △중대형사(9곳) 1조~1조7000억 원 △중소형사(6곳) 3000억~5000억 원 수준이다.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익스포져(대출채권+채무보증)로 한정하면 PF 손실 규모는 1조4000억 원에서 2조8000억 원 수준이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브릿지론은 대부분이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할 예정으로 향후 1년간 PF 손실 부담이 과중할 수 있다”며 “대형사의 경우 PF 손실에 따른 재무부담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중대형사 및 중소형사·소형사는 PF 손실로 인한 재무부담 수준과 대응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PF 리스크는 1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기평에 따르면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는 올해 3월 말 기준 24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 3월(25조4000억 원)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본 PF는 소폭 감소했지만 브릿지론은 대형사가 우량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에 나서면서 7조1000억 원에서 8조 원으로 12.7% 늘었다. 계정별로도 PF 채무보증 규모는 줄었지만 대출채권은 2조6000억 원에서 3조8000억 원으로 46.2% 증가했다.

▲ 증권사 계정별 PF 익스포저 추이 및 자산건전성 분류 추이. 한국기업평가

한기평은 PF 관련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가중됐던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은 올 들어 다소 완화됐지만 PF 사업 부실이 확대되면서 자산건전성은 빠르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월 말 기준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 중 요주의이하자산과 고정이하자산은 각각 2조8000억 원, 1조1000억 원으로 많은 편이다. 반면 PF 익스포저의 충당금 커버리지비율(충당금/고정이하자산)은 53%에 불과하다.

정 연구원은 “충당금 적립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정이하자산 증가가 계속되면서 충당금 커버리지비율 개선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고 PF 부실이 심화될 경우 증권사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1년간 브릿지론의 만기가 집중돼 있는 점도 우려했다.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 익스포저 중 내년 6월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익스포저는 11조9000억 원으로 전체 50%에 육박한다. 이 중 브릿지론은 7조3000억 원이다. 전체 브릿지론 익스포저의 90% 수준이다.

정 연구원은 “브릿지론의 경우 이미 만기연장된 익스포저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재차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차환 또는 PF 전환에 실패하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브릿지론 익스포저의 높은 중·후순위 비중을 감안할 때 건정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증권사의 PF 리스크 수준·대응력에 대해서는 양호하다고 짚었다. 3월 말 23개 증권사의 평균 리스크 수준은 2.65로 캐피탈(2.7)·저축은행(3.3)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규모별로는 달랐다. 대형사는 2.54로 낮았지만 중소형사는 2.91, 중대형사는 2.85로 비교적 높았다. 본 PF의 분양위험 및 준공위험과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 자기자본 대비 PF 손실 및 충당금적립전 영업이익 대비 PF 손실 규모. 한국기업평가

정 연구원은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 PF 익스포저는 18.7%로 PF리스크에 대한 자본완충력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중대형사와 중소형사가 각각 27.5%, 29.6%를 기록하고 있어 대형사 대비 위험 부담이 두 배 수준에 달한다”며 “대형사의 경우 우수한 자본규모에 힘입어 PF 리스크 대비 자본완충력이 타 그룹 대비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사와 중대형·중소형사 간 격차는 한기평이 추산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대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PF 손실’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중대형사와 중소형사는 각각 13%, 14%로 비교적 높았다. ‘충당금적립전 영업이익(영업순수익-판매관리비) 대비 PF 손실’ 비중도 대형사는 16%인 반면 중대형사는 90%, 중소형사는 86%에 달했다.

정 연구원은 “중·후순위 익스포저 비중과 부동산 PF가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PF 리스크 대응력은 차이가 나타났다”며 “개별 증권사 별로 PF 리스크 대응력이 상이해 리스크 분석 측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가올 1년, 증권사는 PF 리스크에 대응해 자본완충력과 수익창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며 “금융당국의 효과적인 정책 실행 여부, 시장금리 방향성, 부동산 경기 및 조달시장 안정화 여부가 PF리스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