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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아크로리버파크 경매가 열린다고 해서 왔는데 매각 기일이 당일에 바뀌는 경우가 있어서 일정을 확인해야 해요”
12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 법정 현장. 오전 10시 열리는 경매를 약 한 시간 앞뒀지만 이미 입찰 법정 내부 약 210석 규모의 좌석 절반 이상이 차 있었다.
경매시장 한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대장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가 매각 물건으로 나오자 입찰을 위한 인파로 북적였다. 11시 20분 입찰을 마치고 개찰이 시작되자 좌석이 부족해 출입문 밖까지 서서 개찰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몰렸다.
뜨거운 현장 열기와 달리 이날 경매를 진행한 물건 총 68건 중 매각건수는 13건으로 평균 응찰자수는 3.31명에 그쳤다. 아파트만 보면 진행 물건 8건 중 3건만 매각됐다. 평균 응찰자수는 9.67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아크리버파크는 달랐다. 이번에 경매로 나온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에는 이날 평균 응찰자 수 9배에 가까운 27명이 접수했다. 반면 아크로리버파크를 제외한 12건의 경매 대부분은 단독 응찰과 한 자릿수 응찰에 그쳤다.
경매법원을 자주 찾는다는 60대 남성 A씨는 “경매시장이 좋았을때는 투자 수요도 있어 사람이 훨씬 많았다”며 “오늘 나온 아크로리버파크 경매는 30억 원대에 낙찰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50대 여성 A씨는 “요즘 경매법원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입찰 목적보다는 경매학원 수강생들이 많이 찾아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 매물 ‘아크로리버파크’ 84㎡ 감정가는 42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2022년 12월과 올해 1월 경매에서 두 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최저 매각가격이 26억88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84㎡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올해 9월 말 36억 원에 매매된 바 있다.
이날 경매로 나온 ‘아크로리버파크’ 최종 낙찰자는 34억3560만 원을 써낸 전라남도 여수시 거주자였다.
이 최고가 낙찰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1년 전부터 강남구 압구정·청담동과 서초구 반포동까지 관심을 두고 매물을 알아봤는데 요즘 경기도 어렵고 마땅한 물건이 없었다”며 “경매를 통하면 매매시장에 나온 매물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경매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낙찰자는 “관심있는 단지가 매물로 나와 오늘 처음 경매에 도전했는데 운 좋게 한번에 낙찰받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크로리버파크’ 개찰이 끝나자 경매법정 인파 대부분이 빠져나갔다. 12시 모든 개찰이 끝난 후 만난 20대 여성은 “아파트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며 “오늘 입찰을 하진 않았지만 경매법원 개찰 현장 분위기도 보고 경매 정보도 얻기 위해 법원에 나왔다”고 말했다.
매수 심리 위축 낙찰가율 하락세 전망
이주현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입지가 워낙 좋고 신축급에 상징성도 있는 단지다 보니 입찰도 몰리고 낙찰가도 많이 오른 것 같다”며 “감정가가 42억 원인데 2022년에 매겨진 금액이다. 최근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고평가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요즘엔 27명 정도면 응찰자가 많은 편에 속한다”며 “중요한 건 낙찰가율인데 ‘아크로리버파크’ 84㎡ 중층 기준으로 매도 호가를 36억 원 정도로 평가했을 때 5% 정도 낮은 가격에 매각을 받았다. 요즘 추세에서는 평균적인 수준의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경매시장 한파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3년 11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829건으로 전달(2629건) 대비 7.6%·전년 동월(1904건)에 비하면 무려 48.6%가 증가했다.
높은 이자부담과 매수세 위축으로 경매 신건과 유찰 건수가 동시에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낙찰률은 37.8%로 전월(39.8%) 보다 2.0%p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전달(84.1%) 보다 3.3%p 떨어진 80.8%를 기록하면서 7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0.3명이 줄어든 6.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81건으로 지난 5월부터 매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낙찰률은 28.5%로 전달(26.5%) 대비 2.0%p 올랐지만 여전히 20%대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낙찰가율은 전달(86.7%) 대비 6.0%p 하락한 80.7%를 기록했다.
낙찰가율 상승을 견인하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경매시장마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체 낙찰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평균 응찰자 수도 전달(5.8명) 보다 0.3명이 줄어든 5.5명으로 집계됐다.
이주현 전문위원은 “서울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최근 강남권만 봐도 경매시장 열기가 가라앉은 건 사실”이라며 “작년엔 경매에서 신고가를 경신할 정도로 경매 분위기가 뜨거웠다. 강남권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들은 시세만큼 낙찰받아 갔는데 요즘엔 낙찰가율이 많이 떨어진 편”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유지되면서 매각 물건 증가세는 유지되고 매수 심리 위축으로 낙찰가율도 하락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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