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피해자들, 北·이란·시리아 상대 5.5조원 손해배상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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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등 3개국 무기 사용”… 직접거래 여부는 미확인
“잔인한 상실, 회복 불가지만 일부 정의가 실현되길”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17:07:31

▲ 이스라엘군이 수거한 하마스 무기 중 붉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북한산 F7 로켓이 앞쪽에 보인다. 연합

북한·이란·시리아 3개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하마스테러의 피해 당사자와 희생자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이들 세 나라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해당 3개국 살상 무기들이 하마스테러에 사용됐다며 집단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내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에 재정적·군사적·전술적 지원을 해 온 북한·이란·시리아가 최소 10억 달러의 보상과 30억 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의 소장이다.

이번 소송이란 하마스를 지원한 책임의 추궁이자 하마스 테러에 대한 응징보다 반이스라엘 기조가 강화된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ADL 입장이다. 하마스 습격 때 어머니를 잃고 원고(原告)의 한 사람이 된 나하르 네타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잔인한 상실을 되돌릴 순 없지만 정의가 일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직접 전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하마스가 다양한 북한산 무기를 사용 중인 것은 팩트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7월 하마스 기습공격 직후 이들이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썼다고 밝혔다. 북한산 대전차 무기인 F-7을 소지한 하마스대원 사진,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인근 국경 지역에서 발견된 사례도 전해진다.

미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1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의 정례브리핑시 관련 답변에 따르면 정권 차원의 하마스-북한 군사적 협력 징후가 포착되진 않았다. 이스라엘 방위군 관계자 역시 “다른 나라의 군사장비·폭발물·총기와 함께 북한산 무기들이 발견됐다”면서도 하마스에 직접 전달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정권을 겨냥한 ‘오토웜비어법’(북한정보검열감시대응법)에서 보듯 한맺힌 유대인의 법제적 응징 노력은 매우 집요하고 철저하다. 억울하게 사망한 22세 유대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이끌어낸 이 법 덕분에 동결·압수 가능한 북한 소유 해외자산 파악이 수월해졌다. 대부분의 기존 유엔 제재보다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대(對)북한 제재로 작동하고 있다.

2015년 말 버지니아대 재학 중이던 오토가 북한 여행 중 최고지도자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기념으로 챙겼다는 이유로 출국 직전 억류돼 1년5개월 만에 폐인상태로 돌아와 며칠 후 세상을 떠나자 그의 부모는 5년 걸려 법 제정을 성사시켰다. 이번 ADL 소송 또한 긴 싸움이 되겠지만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더욱 유리한 환경을 맞을 수 있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