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눈을 감아요.”
하운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 위에 포개고 팔짱을 꼈다. 소파에 깊숙이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숨을 가늘게 들이마셨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눈을 뜨면 안 돼요.”
나는 부끄러움을 털어 내기 위해 마른침을 조용히 삼켰다. 그녀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침실이에요. 당신은 단두대에 오른 여왕처럼 눈을 가리고 서 있어요. 내게 씌웠던 안대를 당신에게 씌웠죠. 나는 당신에게 옷을 벗으라고 명령해요. 당신은 반항하지 않아요. 단두대의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까. 당신은 천천히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어요. 당신의 몸은 가늘게 떨고 있어요. 당신의 귀에는 내 숨소리만 들리죠. 블라우스를 벗고 스커트를 내려요. 나는 차츰 알몸이 되어 가는 당신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지켜보고 있어요.
당신은 나의 시선을 느끼며 내 호흡을 세고 있지요.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고 부끄러운 듯 가슴을 가렸지만 당신은 멈추어선 안 된다는 걸 알아요. 이제 팬티를 내리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당신에게 나는 조용히 다가가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셔터를 누르죠. 당신의 몸 구석구석을 나누어서, 분할해서 결코 당신처럼 보이지 않도록.
나는 당신을 만지지 않지만 나의 시선과 셔터 소리가 당신을 애무해요. 내가 셔터를 누를 때마다 당신은 경련하듯 몸을 떨어요. 나는 이제 당신에게 앉으라고 명령해요. 당신은 침대 끝에 앉아요. 셔터 소리가 점점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당신은 젖어요. 비를 흠뻑 맞은 것처럼. 분홍색 유두가 꽃망울처럼 일어서고 처음엔 꼭 붙어 있던 당신의 두 다리가 차츰 벌어지죠. 활짝 핀 꽃을 감상하듯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앉아 당신의 그곳을 눈으로 핥아요. 닿지 않을 만큼 다가가 입김을 불어 넣죠. 당신의 몸은 전율해요. 나는 당신의 향기를 음미하고 당신의 호흡을 마시죠.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요. 오직 카메라로 당신의 은밀함을 읽어요. 당신은 달아오르고 더욱 넓게 벌어지죠. 당신은 있는 줄도 몰랐던 자신의 음탕함에 놀라지만 새로운 발견이 당신을 더욱 흥분시켜요. 나를 원하는 만큼 벌려 봐, 내가 명령하면 당신은 손으로 활짝 열어 보여요.”
나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녀는 말없이 그러나 정직하게 내 유혹에 귀를 기울였다.
“석류처럼 벌어진, 장미보다 더 붉어진 당신의 중심을 향해 나는 다시 셔터를 누르는 거죠. 가까이, 더 가까이, 셔터를 누를 때마다 당신은 쾌감의 절정에 오르고 끝내 신음하죠.”
구체적으로 낱낱이 장면을 상상한 적은 없었지만 이야기를 이어 가는 동안 나는 3류 소설가였다. 처음엔 스스로 부끄러워서 숨어들던 목소리는 점점 확신을 얻으며 과감해지고 음란해졌다. 하운은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두 번, 포개고 있던 다리의 방향을 바꿔 앉았다. 하지만 입김을 불어 넣는다고 말할 때부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볼이 붉어지고 입술이 벌어졌다. 호흡이 커져서 가슴이 차츰 높이 솟아올랐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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