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던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LH의 설계·시공 감독 태만 등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전관이 속한 업체에 특혜를 주거나 LH 현장감독자가 금품·향응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LH 전관특혜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작년 검단신도시 사고를 계기로 국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각각 제기한 국회감사요구과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실시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인천 검단 등 102개 지구에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공법을 적용하며 구조 지침과 구조도면을 비교하면 부실시공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구조설계 검수·감독을 태만하게 했다. 무량판구조는 수평 보 없이 슬래브와 기둥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를 말한다.
또 무량판구조 시공 경험이 없는 시공사 등에 전단보강근 설치의 필요성과 시공 방법 등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아 현장에서 이를 간과하거나 알지 못했다. 시공상세도에 전단보강근을 누락하거나 설치 위치를 오기하기도 했다.
구조설계용역을 맡은 건축사무소가 미승인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용역 대금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 입금 내역서 등을 변조해 LH에 제출했는데도 이를 방치했다. 단, 4개 지구에 승인된 하도급 대금 중 일부는 되돌려 받았다.
감사원은 감사 요구·청구 취지에 맞게 △전관 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 등 관리의 적정성 △직무관련 전관 업체와 유착 여부 등도 들여다봤다.
LH 충북지역본부는 청주지북 공공임대주택 조성 공사와 관련해 2회에 걸친 설계변경 승인 시 시공사의 설계변경(약 17억 원 증액) 요청 이유가 원설계의 오류 탓임을 확인하고도 전관 설계업체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았다.
또한 화성비봉(A-4 3공구) 등 4개 지구를 감리한 전관 업체의 경우 발급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다. 품질미흡통지서를 받은 건설용영업체는 LH 입찰 때 감점을 받는다.
고성남외지구 등 3개 지구에서도 전관이 속한 시공·관리업체가 품질미흡통지서 발급 대상인데도 품질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거나 검토를 소홀히 해 이를 미발급하는 등 관련 업무를 주먹구구식을 처리했다.
아울러 LH 현장감독자가 직무 관련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상품권 80만을 받거나 출처 불명의 현금 약 4500만 원에 대한 재상등록(신고) 누락했다. 직무 관련 업체 대표 등과 4차례(2019~2023년) 베트남·카자흐스탄에서 골프여행을 하고도 소속 부서장에게 미신고했다.
감사원은 LH에 이들에 대한 정직을 요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받도록 전관 E씨와 함께 관할 법원에 관련 사실을 알리라고 통보했다.
최병철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 감사관은 “이번 감사는 사회적 관심이 크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임을 고려해 LH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유착에 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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