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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빅3’ 식자재 마트의 매출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대형마트가 지난 10년간 출점 제한과 영업시간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 프랜차이즈 식자재마트가 부상한 셈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3대 식자재마트(식자재왕도매마트·세계로마트·장보고식자재마트)의 매출 합계는 2014년 3251억 원에서 지난해 1조680억 원으로 3.2배 급증했다.
반면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은 같은 기간 26조996억 원에서 27조8078억 원으로 6.5% 증가했다.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휴업과 출점 입지 규제 등을 받지 않는다. 정부가 소상공인과의 상생 명분으로 2010년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엔 3000㎡ 이상 마트 출점을 제한했고, 2012년엔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했지만 식자재마트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영업시간도 장점이다. 현행법상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된 대형마트와 달리 식자재마트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할 수 있다. 또 24시간 영업을 통한 온라인·전화배송이 가능하다.
실제로 인천 주요 지역에선 식자재마트가 상권을 장악했다는 시각이다. 석바위시장·축산물도매시장·열우물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만 대형 식자재마트 다섯 곳이 영업 중이고, 이달 초 부평역 인근에도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섰다.
폐점한 대형마트 자리에 식자재마트가 들어서기도 했다. 2018년 홈플러스 동김해점과 2021년 롯데마트 구리점이 폐점하자 빈자리를 식자재마트가 채웠다.
대형마트는 식자재마트뿐만 아니라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영업시간 규제에 가로막혀 소비자 접근성이라는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와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이커머스 간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 대표 주자인 쿠팡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6174억 원을 내며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반면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손실 469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빠른 배송’ 가능 여부가 두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식자재마트와 가격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작년 4월 인천 부평구에선 세계로마트 새 매장 개점을 놓고 이를 반대하는 상인들의 시위가 수차례 열렸다. 이들은 “세계로마트가 3000㎡ 입점 제한 규제를 피하려 ‘쪼개기 개점’을 추진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자재마트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자재마트가 번성한 것은 동네 구멍가게와 슈퍼가 사라지면서 대형화하고 경쟁력을 갖춰 시장에서 살아남은 결과”라며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돼 이커머스 업체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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