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처럼 터져 나온 민주당 내 ‘합리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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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지사 ‘이재명표’ 25만 원 지원법 반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지양… 맞춤형 복지정책 마땅
미래세대에 ‘재정 폭탄’ 떠넘기는 무책임 직시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0 00:02:02

어느 조직이든 ‘외눈박이’ 편협한 정책은 공익(公益)을 해치기 마련이다. 특히 국익과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은 잘못 결정될 경우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오래 가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균형 감각과 합리적 식견을 지닌 지도층이 올곧은 의견을 밝혀야만 그나마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공개적으로 ‘이재명표’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보편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이 적절하다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의 이 같은 공개적 의견 표명에 민주당 내에선 “자기 당 정책에 바람 빼냐”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라 불리는 ‘신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 중 한 명인 김 지사가 사실상 이 대표와 각을 세우자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김 지사의 말은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마땅히 할 말을 했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 주는 것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두텁고 촘촘하게 더 지원해 주는 게 온당하다. 김 지사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줬을 때도 소비와 연결된 게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누구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효율성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에 이 같은 주장을 했다고 본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위헌 소지를 들어 재의를 요구했다. 무분별하게 현금을 살포하는 식의 포퓰리즘 복지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복지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맞는 말이다. 재벌이나 극빈층에 똑같이 정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현금 살포에 다름 아니다. 효율적 재정 운용 목적에 맞지 않고, 재정 지출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나라 살림과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을 외면한 매표행위다. 이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시행되면 적게는 13조 원, 많게는 2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시중 유동성 확대로 물가를 자극해 서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국가재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 있다.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1126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가파르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설상가상 나라 살림의 근간인 세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되살아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적의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 경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미국은 제조업·고용 지표의 부진으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직면했다. 시장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세계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는 세수(稅收)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까지 걷힌 법인세가 올해 목표치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6월 법인세 수입은 1년 전보다 16조1000억 원(34.4%) 줄어든 30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60조 원 가깝게 세수 부족이 예상될 정도로 나라 곳간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극단적 재정 포퓰리즘 정책을 꺼내고 있다. 포퓰리즘은 국가 재정상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래세대에 ‘재정 폭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여하튼 이번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우처럼 민주당 내에서 ‘합리적 의견’이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