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벗 훈풍 ‘잠잠’… 대출금리 인하 기대 당분간 접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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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25%p 내렸지만 금융채 5년물 금리 전월比 0.1%p 상승
9월 주담대 증가액 6조9000억 원으로 여전히 커… 가산금리 하향 없을 듯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3 14:19:00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지표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11일 기준 3.304%로 9월 말(3.202%) 대비 0.1%p 이상 올라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대출금리 인하 효과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기준금리인 시장금리는 금리인하 기대를 선반영했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평가되면서 제자리걸음을 나타내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 폭도 여전히 커 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은 상태로 유지할 전망이다.

스카이데일리가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서 채권 금리를 확인한 결과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11일 기준 3.304%로 집계됐다. 전날(3.319%)보다 0.015%p 하락했지만 9월 말(3.202%) 대비로는 0.1%p 이상 올라갔다.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3.3%를 넘어섰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은행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출하는 지표로 쓰인다. 금융채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연초 3.8%였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5월 들어 조금씩 하락하면서 8월 초 3.1%대까지 내려갔지만 이달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지표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산출할 때 정기예금‧정기적금 등 기준금리에 민감한 수신상품뿐 아니라 금융채(후순위채 등 제외)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락 폭을 일부 제한할 수도 있다.

한은이 피벗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시장금리 상승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은은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p 인하했다. 2021년 8월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지 3년 2개월 만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이 올라 금융채 등 시장금리는 떨어진다.

금리인하 호재에도 시장금리가 제자리걸음을 보인 것은 매파적 인하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9월 주택거래량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이 줄었으나 금융안정이 확인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한 정도로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매파적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금통위원 대부분이 향후 3개월 금리동결을 주장한 점도 악재였다. 이 총재는 “향후 3개월 내의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에 관련해서는 금통위원 6명 중에서 5명은 3개월 후에도 3.25%에서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11월 추가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한참 전부터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한 상태라서 이번 금리인하만으로 더 내려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한은 총재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또 내릴 것이라는 점도 시사하지 않아 대출금리는 변동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여전히 커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내릴 수 없는 점도 악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금융권 주담대 증가 폭(전월 대비)은 6조9000억 원에 달했다. 8월(+8조5000억 원)보다 증가액이 한풀 꺾였지만 월간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크다. 추석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고서라도 영업일당 증가액으로 보면 8월 4048억 원‧9월 3833억 원으로 격차는 크지 않다.

금융채 금리 상승 및 가계부채 관리 등이 맞물리면서 주요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높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14일부터 주담대 우대금리를 0.05~0.25%p 축소하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이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4일 주담대 및 전세대출 금리를 0.2~0.25%p 인상했다. 같은 날 신한은행도 신규구입자금‧생활안정자금 주담대 금리를 0.1~0.2%p 올렸다. 2일에는 우리은행이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0.1~0.2%p 인상했다. 1일에는 하나은행이 전세대출 감면금리를 0.5%p 축소했다.

한편 변동형 주담대를 중심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로 코픽스 금리가 떨어져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내려갈 개연성이 있다”며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면 대환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와 신규로 대출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늘어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영향이 매우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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