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1야당 보수당 새 대표에 케미 베이드녹(44) 전 기업통상부 장관이 선출됐다. 베이드녹 대표는 나이지리아 이민자의 딸이다. 영국 주요 정당, 그것도 노동당보다 먼저 보수당에서 아프리카계 대표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차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이긴다면 영국 사상 최초 흑인 총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대표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베이드녹 대표는 2일(현지시간) 전국 당원 투표 개표결과 5만3천806표를 얻어 4만1천388표를 획득한 로버트 젠릭(42)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을 제쳤다. 당원 투표율도 72.8%에 달했다. 이로써 베이드녹은 7월 총선 참패를 책임지고 물러난 리시 수낵 전 총리 뒤를 이어 보수당을 이끌게 됐다.
영국 주요 정당의 첫 흑인 당수이자 보수당 여성 대표로는 마거릿 대처·테리사 메이·리즈 트러스에 이어 네 번째다. 베이드녹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범했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수낵 전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베이드녹 대표가 우리 당을 쇄신하고 보수적 가치를 일으켜 세워 노동당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그녀를 중심으로 모두 단결하자”고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는 ‘첫 흑인 당 대표’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함께 영국 국민들 이익을 위해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이민자 부모 아래 런던에서 태어나 자란 베이드녹 대표는 은행과 잡지사에서 일했으며 교육부 여성평등 부장관과 상무장관을 지냈다.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나 트랜스젠더의 권리에 회의적 입장이며 논쟁을 즐기는 강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히 언변과 논리력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베이드녹 대표는 보수당 내에서도 오른쪽에 속한다고 분류된다. 경선 과정에서 출산수당이 과도 지출된다며 복지 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이민 문제 관련해 “모든 문화가 동등하게 유효한 것은 아니다” 발언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논란 자체가 오늘날 서유럽의 현실을 보여준다.
예컨대 이민자들이 들고 들어 온 원시적 신앙이나 이슬람 근본주의 문화가 고도 산업사회 가치와 동등한 유효성을 존중받아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슬람의 샤리아법 등 종교적 율법이나 명예살인을 허용한 관습법 등이 현대국가의 법치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유럽 주류 사회의 이른바 정치적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주의에 따르면 이런 시각조차 차별로 취급되곤 한다.
영국 보수당의 새 대표가 당면한 과제는 녹록치 않다. 수년간 계속된 당내 분열·각종 스캔들과 경제 침체 및 혼란 등으로 추락한 지지율을 회복해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에 빼앗긴 집권당 위치를 되찾을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차기 총선이 2029년으로 예정된 가운데 보수당 의석수가 집권 노동당 절반 이하인 상황에서 ‘당 재건’을 이뤄야 하는 것이다. 7월 총선 결과 650석 중 121석에 그쳐 412석을 확보한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14년 만의 정권 상실이자 1832년 보수당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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