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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도시 쿠르스크는 13세기 몽골의 침입으로 폐허가 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모스크바를 잇는 중간 무역도시로 다시 성장한다. 19세기 이후 주요 공업도시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러시아의 쿠르스크 전투로 잿더미로 변한 이후 변방 도시로 전락했다.
독일 나치 정권의 패망에 단초를 제공한 쿠르스크 전투는 세계 전쟁사에 기록될 만한 것이었다. 당시 독일군이 전차 2700대와 전투기 1800대에 80만 대군으로 이곳을 공격한 것도 두 도시의 세력을 단절시키려는 의도였다. 러시아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전차 600대와 전투기 2400대로 맞서 독일군을 물리쳤다.
쿠르스크는 2차대전 승리의 영광이자 아픈 추억을 안고 있다. 2000년 8월 핵잠수함 쿠르스크함이 바렌츠해에서 침몰해 승조원 118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러시아는 이미 팔아 버린 심해 구조선의 출동을 해군 참모부가 지시한 황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영광스러운 승리의 이름 쿠르스크는 한순간에 무능한 러시아의 상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약 3년 동안 전쟁 중인 쿠르스크 땅에 북한군이 투입돼 적지 않은 병력이 이슬로 사라져 가고 있다. 북한군 1만2000여 명이 파병됐지만 이중 사상자가 3800여 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북한군은 눈과 얼음의 땅에서 자신들과는 얼굴색이 전혀 다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 사람들이 도대체 왜 싸우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역만리까지 끌려온 걸까. 러시아는 이들을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인해전술을 쓰고 있는 탓에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북한군이 용병으로 전쟁에 투입된 것은 통상적인 북·러 간 방위 협력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국제법에 반하는 침략 전쟁을 지원하는 범죄 행위일 뿐이다. 일당 독재 김정은의 지시로 끌려온 그들은 러시아의 소모적 총알받이에 다름 아니다.
아무 명분없이 투입된 북한군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는 쿠르스크 전투는 2차대전의 영광을 뒤로한 채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앳된 북한군의 잇단 사망 소식이 가슴 아프다.
박병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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