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경상수지 흑자 역대 최대… 124억 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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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IT 수출 호재에 상품수지 104.3억 달러 흑자 기록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보다 90억 달러 이상 웃돌아… 역대 2위
올해는 트럼프發 통상 환경 변화 및 반도체 경기 상황이 관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06 10:55:01

▲ 4일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또 불어났다. 작년 12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호조와 해외 증권투자 배당 증가 등에 따라 120억 달러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한 해 경상수지도 990억 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냈다.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와 반도체 경기 상황이 올해 경상수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4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123억7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1년 전(89억3340만 달러) 대비 38.5% 늘어난 규모이자 12월 기준 역대 최대 흑자다. 흑자 규모도 작년 10월(94억120만 달러)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다.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누적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인 2023년(328억2000만 달러)보다 세 배 이상 컸고 한은의 연간 전망치(90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역대 규모로도 2015년(1051억1900만 달러) 이후 두 번째로 컸다.

상품수지가 흑자를 주도했다. 12월 경상수지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104억3000만 달러)는 1년 전(86억6000만 달러) 및 전월(98억8000만 달러) 대비 모두 늘어났다.

수출 증가세가 흑자 규모를 키웠다. 12월 수출(633억 달러)은 1년 전(594억 달러)보다 6.6% 증가하며 11월 수출 증가율(0.8%)을 웃돌았다. 이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승용차·화학공업제품 등 비IT 품목의 감소세가 둔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 보면 통관 기준 정보통신기기(37.0%)·반도체(30.6%)·철강제품(6.0%)이 늘어났고 지역별로는 동남아(15.4%)·EU(15.2%)·중국(8.6%)·일본(6.1%)·미국(5.5%)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수입(528억7000만 달러)은 4.2% 늘어나며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원자재 수입(-9.6%)은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자본재(24.4%)·소비재(1.2%) 모두 증가한 결과다. 품목별로 보면 통관 기준 가스(-26.6%)·원유(-23.3%)·석탄(-10.6%)·화공품(-5.7%) 등은 줄었고 수송장비(59.2%)·반도체제조장비(42.6%)·석유제품(15.8%)·비내구재소비재(7.5%) 등 수입은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21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월(-19억5000만 달러) 대비 약 1억 달러 늘었으나 1년 전(-29억8000만 달러)보다는 약 8억 달러 줄었다. 여행수지가 9억5000만 달러 적자로 상당 부분 차지했다. 적자 폭도 전월(-7억6000만 달러)보다 불어났다. 이에 대해 한은은 “겨울 방학 등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차액을 뜻하는 본원소득수지는 11월 24억1000만 달러 흑자에서 12월 47억6000만 달러 흑자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배당소득수지가 증권투자 배당 소득을 중심으로 35억9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수입 증가율 확대에 올해 경상수지 800억 달러 전망”

▲ 신승철 경제통계1국장이 이날 ‘2024년 12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은은 1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1월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본원소득수지의 견조한 흐름으로 적자까지는 보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규모는 800억 달러로 작년보다 흑자 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1월 통관 무역수지가 적자로 나왔는데 이런 영향을 받아 1월 경상수지도 흑자 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통관 수출이 감소해도 본원소득수지가 견조한 흐름이고 통관 수출에 선박 수출 등 조정하는 부분이 있어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설 것 같지 않고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1월 연간 경상수지를 전망할 때 2024년 900억 달러, 2025년800억 달러로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봤는데 수출은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으로 와 있어 기술적으로 증가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수입 같은 경우 자본재·소비재가 늘면서 수출보다는 수입 증가율이 높아 상품수지 흑자가 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상수지 변수로는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등 IT 부문 경기 등을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무역 정책이 언제 어느 강도로 실시되고 주요국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신 국장은 “트럼프 1기 때를 되돌아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커 대응책으로 미국 에너지 수입을 많이 늘렸는데 (이번에도) 미국의 통상 압력이 커지면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경상수지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IT 부문의 경기 상황,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이 밀어내기 수출을 많이 하는 부분도 수출에 영향을 줄 것 같고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어서 중국의 경기 상황 및 내수 부분도 종합적으로 체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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