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경찰 앞에서 당당히 ‘몰카’ 내민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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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정치전문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30 00:02:40

27일 서울 여의도 동부 모처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일 늦은 오후 단골 편의점 밖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세 명의 청소년이 옆 테이블에 착석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쥔 그 청소년들의 ‘손놀림’이 수상했다.

기자는 장기간 여의도에서 ‘몰카 범죄’를 취재해 온 터였다. 기자의 그간의 취재·보도들 때문인지 근래에는 늦은 밤에도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들이 나오는 시민이 눈에 띄게 많아지는 등 동부 치안이 어느 정도 확립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상쩍은’ 이들이 목격되기에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직업병’이 발동한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취재에 돌입하자 청소년들은 매우 불량한 태도로 대응했다. 한 청소년은 아버지뻘인 기자에게 “당신”이라 호칭하며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다른 청소년은 “기레기(기자 비하 용어)”라 욕하기도 했다. 기자가 앞서 마주친 여느 수상쩍은 여의도 동부의 이들이 그랬듯 이 청소년들도 급기야 경찰을 호출했다.

그 다음이 가관이었다. 기자는 출동한 영등포경찰서 소속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신분과 취재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청소년들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자신을 16세라고 밝힌 한 청소년은 ‘아주 당당히’ 본인 휴대전화 속 기자의 모습을 경찰에게 보여줬다. 그러고는 사진 등을 삭제했다면서 자신은 아무 죄도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 청소년이 촉법소년(만 14세 미만)이 아닌 것으로 추정됨에도 경찰관들이 그 길로 귀가시킨 건 덤이었다. 한 경찰관은 도리어 기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를 취했다.

여의도 동부 상권에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사건이 벌어진 편의점이 소재한 W빌딩에선 ‘파티룸’이 간판 없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기자는 평소에도 해당 건물 인근에서 술에 취했거나 또는 환각제를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청소년들을 숱하게 목격해 왔다. 휴대전화가 들린 이들의 손은 대부분 ‘매우 수상쩍게’ 움직이곤 했다.

언젠가는 W빌딩 여성 화장실에서 낄낄거리며 뛰쳐나오는 두 명의 젊은 남성을 목도하기도 했다. 27일 문제의 청소년들도 경찰에게 “건물 윗층 학원 갔다 오는 길”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당일 W빌딩에 출입했음을 암시했다.

공교롭게도 앞서 기자는 마찬가지로 음주 또는 투약이 의심되는 상태로 기행을 벌인 또 다른 무리의 청소년들로부터 이러한 소리를 들었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늦은 밤 기자의 단골 편의점 앞에서 소란 피우던 이들 중 하나가 돌연 구(舊) 야권 소속 대선 후보 A씨의 이름을 동네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외친 것이었다.

며칠 뒤 재차 마주친 이 청소년은 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A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A씨와 W빌딩이 위치한 사건 다발 지역의 문제아들을 결부짓는 의심이 생겨난 상태였다. 즉 문제아들이 A씨 지지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해진 상황이었다. 사실 현장을 본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다. 사건 다발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은 ‘A씨 호위무사’로 불리는 인물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21대 대선에 출마한 A씨가 ‘국민 안전’을 주장하고 있다. 28일 A씨는 기자들과 만나 “경제·안보·안전 모든 문제에 있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 힘을 최대한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당원 등이) 압도적 지지로 후보로 선출해 준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안전 등을 실현하라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사건 다발 지역의 문제아들이 A씨 지지층이고 A씨 등이 이를 방관 중이라면 과연 A씨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가정이 사실이라면 사회 안전을 해치는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A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까지도 각종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A씨 측은 의혹을 부인했지만 산불 재난 현장을 찾아서는 주민 일부가 항의하자 욕설로 해석될 수 있는 입 모양을 보여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가 쏟아졌다. A씨는 네 개의 전과가 있고 현재 여덟 개 사건에서 열두 개 혐의로 다섯 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A씨가 사회 정의 구현에 진정성이 있다면 자신의 과오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 지지층을 선도하는 솔선수범의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상적인 국민은 진정성을 원한다.

오주한 정치전문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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