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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수로 보이는 고율 관세정책은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사양화하고 있는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제조업 사양화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자 하는 것이다. 러스트벨트라고 하는 미국 중부 지역이 주요 타깃이다. 이곳은 공화당의 주요 표밭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미국의 주요 산업인 금융 등 서비스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만으로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의 목표다.
트럼프 1기 때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복귀) 실적을 보면 집권 전 2016년 연간 267개였던 미국으로의 리쇼어링 기업 수가 2017년 624개, 2018년 886개, 2019년 1100개, 2020년 1484개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조 바이든 정부들어서도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해 2021년에는 1844개 기업을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일본도 ‘경제안전보장추진법’ 등을 통해 자국 복귀 기업에 대한 세제와 지원금 혜택을 강화하며 기업의 유턴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연간 500여 개의 기업이 일본 국내로 리쇼어링하고 있다.
리쇼어링 정책의 결과 미국은 1인당 소득 8만5000달러(2024년)의 고소득 선진국임에도 잠재성장률이 2020∼21년 1.9%에서 2022년 2.0%, 2023년 2.1%, 2024년 2.1%로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통념을 뒤엎고 있는 것이다. 2024년의 경우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624달러인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 2.0%를 상회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도 2013년 12월부터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한 뒤 두 차례 법을 개정하며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지만 2014년 15개였던 유턴 기업이 2020년 23개, 2023년 22개, 2024년 20개로 오히려 근년들어 리쇼어링 기업 수가 줄어들고 있다. 돌아오기는커녕 기업들은 해외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와 높은 인건비를 피해 시장 확보 등을 목적으로 앞다퉈 ‘엑시트 코리아(Exit Korea)’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2028년까지 4년간 21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막대한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한국 기업들의 탈(脫)한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은 미국·유럽·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생산 거점을 빠르게 재편 중이다. ‘국내 복귀’보다 ‘해외 생산’이 더 안전한 선택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 일자리, 특히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의 양질의 일자리를 누가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리쇼어링 성과만 부진한 것이 아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2014년 363억 달러(약 51조 원)에서 2023년 934억 달러(약 131조 원)로 157% 급증했다.
왜 기업들이 앞다투어 해외로만 나가고 돌아오기를 꺼리나. ‘기업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7개국 중 종합 순위 20위를 기록했지만 ‘기업 여건’ 항목은 47위에 그쳤다. 기업들은 국내로 유턴하고 싶어도 막상 높은 인건비, 경직된 노동시장,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환경 규제 등이 국내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동차를 보면 생산성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UPH)’는 평균 45대, 기아차 소하리 공장은 평균 44대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68대), 조지아 공장(66대), 북경 현대(68대)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성을 제고하려 하자 노조가 컨베이어 벨트를 세우는 파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국내 청년 일자리 감소로 돌아간다. 현대 기아차 그룹은 1996년 아산 공장 이후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정부가 10년 넘게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기업들이 해외에 생산기지 깃발을 꽂는 것은 국내 환경이 그만큼 기업하기에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유연성도 낮은데 게다가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주주 충실의무를 골자로한 상법 개정안 등이 기업을 옥죄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유연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도 국회 계류 중이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 명목 법인세율은 26.5%로 전 세계 141개국 중 44번째인데 미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등보다 높다.
기업들이 생산과 고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개혁과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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