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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한민국은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중대한 선택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단순히 한 사람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방향과 체제의 운명을 결정짓는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의 선택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중차대하다. 이는 바로 민족주의 사학자 단재 신채호의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신채호는 고려 인종 13년(1135년)에 있었던 ‘묘청의 난’을 “조선 일천 년래 최대의 사건”이라 평가했다. 신채호에게 묘청은 고구려 계승의 자주정신을 상징했고, 김부식은 유교적 질서와 외세에 의존하는 사대주의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결국 김부식이 승리했고, 이후 고려에 이어 건국된 조선은 수백 년간 사대주의 체제 아래 놓이게 됐다.
신채호가 강조한 이 역사적 갈림길이 오늘날 다시 우리 앞에 등장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두 유력 후보는 각각 다른 체제의 길을 제시한다. 한쪽은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안보 태세,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다른 한쪽은 ‘실용’을 내세우며 한·중 관계 재정비, 전시작전권 환수, 남북 화해협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 중 누구의 길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는 유권자 각자가 성찰을 통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한 후보는 ‘한미 전략동맹 강화’를 핵심 외교안보 기조로 삼는다. 그는 미국의 전략자산 상시 배치를 추진하고, 한미 핵·재래식 통합훈련 내실화, 3축 체계 강화를 통한 대북 억제력 고도화를 약속했다. 또 핵추진잠수함 개발, 미사일방어체계 강화, 필요시 미국의 전술핵 괌 배치 등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는 단지 ‘강경 노선’이 아니라, 북핵과 안보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억제 체계 구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다른 후보는 ‘실용 외교’를 강조하며, 한미동맹을 전제로 하되 한·중, 한·러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북한과의 대화 재개, 9·19 군사합의 복원 등을 제시한다. 그는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 등을 통해 남북 신뢰 회복을 구상하고 있다. 외교의 다변화와 국익 중심의 외교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문재인정부의 유화정책을 사실상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문제는 그간 유화정책이 실질적인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며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안보를 둘러싼 복잡한 계산에 개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라는 명분 아래 연합방위체제를 흔드는 발언은 대한민국 안보의 축을 뒤흔들 수 있다. 실용이 아니라 위험한 이상주의에 가까운 셈이다.
국민은 이제 판단해야 한다. 지도자의 선택은 단순한 행정 방향의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체제 속에서 살아갈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신채호가 탄식했던 ‘김부식의 승리’는 조선을 사대주의로 몰아넣었다. 지금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대한민국도 다시금 체제 전환의 격랑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
묘청의 난은 실패로 끝났지만 신채호가 강조한 자주정신, 사대주의에 대한 경계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한 사람의 표가 체제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대, 우리는 더 이상 감정적 선택이나 당파적 구호에 휘둘려선 안 된다.
우리는 오늘 다시 묻는다. 묘청이 이겼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오늘의 우리는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미래의 후손이 우리의 선택을 보고 또다시 탄식하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국민이 신중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단재 신채호가 후대에 남긴 진정한 역사적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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