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에도 노장… 사격선수 최철상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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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명 중 66등이지만 또 도전
“100살까지 사격하고 싶다”

이선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03 15:07:52

▲ 최철상 선수의 신문 스크랩 액자다. 사진 속 젊은 최 선수가 보인다. 우측 하단은 현재의 최 선수다. 최철상 선수 제공

머리가 희끗한 여든세 살 사격 선수 최철상. 한때 국가대표였던 그는 600점 만점에서 505점을 기록했다. 참가선수 67명 가운데 66위에 그쳤지만 낙담하지 않는다. 최철상은 “다음 대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최고령 사격선수 최철상(82․강원일반)이 4일 폐막한 IBK기업은행장배 사격대회 공기권총 일반부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참가비가 무료라서 출전에 부담이 없었다던 최철상은 “주말에 연습을 나가 청주에서 열리는 다음 대회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최철상이 사격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군대의 사격 훈련이었다. “훈련할 때 주변에서 총을 잘 쏜다고 그러더라.” 주변의 칭찬을 계기로 알게 된 재능이었지만 사격은 최 선수의 일부분이 되었다. 직업 군인으로 복무하던 그는 38세라는 늦은 나이에 선수로 입문했지만 이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최철상은 1985년 6월 센터파이어권총 부문에서 592점(600점 만점)을 기록해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동아일보는 노장 최철상(상무·43)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최철상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예비선수라서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과거보다 점수가 낮아진 건 사실이다. 최철상은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어떻게 개선할지만 신경쓴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강한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40년 전에도 최 선수는 이미 ‘노장’으로 불렸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격장을 누비며 사격에 도전하고 있다. 최 선수는 사격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현역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사격은 비교적 정적인 스포츠다”라고 말하면서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시력이 떨어지고 집중력과 근력도 함께 약해지기 때문에 노화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최 선수는 한쪽 눈의 시력이 거의 보이지 않아 반대쪽 눈으로만 표적을 바라봐야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표적이 약간 기울어져 보이기도 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손목을 비틀어 조준하는 방식까지 시도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쓰지 않을 방법이다.

최 선수는 점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격 선수들이 연습 중에 총의 떨림이나 자신의 컨디션을 세세하게 점검하고 다음 대회에서는 어떤 전략을 쓸지 메모하며 준비에 힘쓴다고 설명했다. 최 선수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한다며 즐거워했다. 최 선수에게는 그 모든 게 사격의 과정이다.

최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대회장 도착 후 훈련 중에 손 떨림이 있었다”며, “운전으로 인한 피로가 누적됐을 수도 있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대회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최 선수의 인생에서 사격은 인생의 전부다. 최 선수는 꾸준하게 건강 관리를 하는 이유도 사격 때문이라고 밝혔다. 폐암 투병 이후 호흡에 문제가 생기자 사격을 하기 위해 컨디션 관리에 힘쓰고 근력 운동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격을 위해 재활을 하는 건지 재활을 위해 사격을 하는 건지 묻자 최 선수는 전자라고 답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사격이 재미있어서”라고 답했다. 최 선수는 “만약 사격이 재미있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최 선수는 사격엔 개인의 상태가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덧붙이며 “분석과 연습을 통해 개선한 결과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최철상은 38세 나이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누구보다도 오래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100살까지 사격을 하고 싶다. 그 이상도 하고 싶다. 매년 올해도 사격하게 해 달라고 소망한다”

최철상은 이번 IBK기업은행장배 사격대회에 대해서 “참가비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격대회 참가비는 4~5만 원 수준.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말에서 비인기종목 사격에선 참가비 부담이 적지 않음이 느껴졌다.

해마다 5~6개의 대회에 출전하는 최철상은 주말마다 빠짐없이 사격장을 찾아 연습한다. 26일 개최되는 청주사격대회를 앞두고 그는 계속 연습할 계획이다.

이번 IBK기업은행장배 사격대회에서 인상적인 선수가 있었는지를 묻자 “모른다”라고 짧게 답했다. 집중하는 선수다웠다. 다만 “이번 올림픽을 포함해 한국에서는 다양한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며 후배들의 사격 실력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이선주 기자 sj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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