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암수 한 쌍으로 도심 뒤덮은 불청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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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03 00:02:30

러브버그(Lovebug). 이름만 들으면 달콤한 초콜릿 상자나 분홍빛 편지가 떠오르지만 도심을 뒤덮은 이 불청객 한 쌍을 마주친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내젓는다. 두 마리가 꼬리를 맞댄 채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연인 같다고 해서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 보면 다정해 보이기보다는 기괴하다.

러브버그는 북미가 원산지다. 특히 미국 남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인데 공교롭게도 1960·70년대 미국 플로리다주에 고속도로가 대거 건설되던 시기에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도로를 더럽히려고 태어난 곤충”이라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당시 이들은 자동차에 들이받혀 시커먼 흔적을 남기거나 라디에이터 그릴에 달라붙어 엔진 과열까지 유발하는 골칫거리였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을까.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수입 화훼나 원목 등에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생존과 번식 조건이 맞아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남부 지방에서 번식하며 서식지를 넓혀 가던 러브버그는 3~4년 전부터 서울 도심에도 자리 잡기 시작해 사람이 피해 다녀야 할 만큼 무리를 이루며 번식하고 있다.

이제는 산까지 점령했다. 최근 인천 계양산 등산로와 정상부 곳곳이 러브버그 떼로 뒤덮였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 곳곳이 벌레 무리로 가득 찼다. 서울 북한산도 낙엽이 두텁게 깔린 숲 지대가 많아 애벌레가 대량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실제로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등산로가 벌레 카펫 같다” “숨 쉬기도 힘들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실 러브버그는 ‘익충(益蟲)’이다. 애벌레 시절에 낙엽과 죽은 풀을 분해해 땅을 기름지게 하고 성충도 식물을 갉아먹지 않는다. 그러니 농사에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문제는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 있다. 공원 산책로며 도심 가로수 밑, 심지어 아파트 복도까지 러브버그가 떼 지어 날아다닌다.

시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벌레 자체가 해롭지는 않다는데 너무 많으면 불쾌하잖아요. 머리에 붙거나 옷에 붙으면 깜짝 놀라요.” “차를 세차했는데 다음 날 러브버그가 수십 마리 붙어 있더라고요. 끈적한 체액 때문에 얼룩이 잘 안 지워져서 스트레스예요.”

러브버그는 페로몬을 주고받으며 떼를 지어 움직인다. 그래서 어디서든 쉽게 발견된다. 가로수 아래, 주차된 차량 위, 아파트 복도와 벤치에도 어김없이 붙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를 친다. 군데군데 검은 무리가 몰려 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그저 불쾌하고 혐오스러울 뿐이다.

어찌됐든 이 불청객들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창문을 닫고 불필요하게 전깃불을 많이 켜지 않는 것이다. 러브버그는 밤에도 가로등이나 집안 전등 불빛에 이끌려 우르르 몰려들기 때문이다. 또 차량에 붙으면 빨리 닦아 내야 도장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이들의 체액은 산성이어서 오래 두면 자동차 표면을 상하게 한다.

러브버그는 이름과 달리 아직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엔 멀었다. 그래도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생각하며 오늘도 암수 한 쌍으로 떼 지어 도심을 날아다니는 그들을 조금 덜 불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려 한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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