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미국 뺀 플랫폼 규제 설득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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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7-31 00:02:30

기업이 규제를 싫어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규제를 반대하면서 회사 실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규제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내세운다. 이 과정에서 업계가 항상 내세우는 고정 레퍼토리가 생긴다.

플랫폼 업계의 주요 레퍼토리는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이다. 플랫폼 업계는 현실적으로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얻는 수익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며 처벌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만 규제에 묶이고 결과적으로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정부는 외국 기업이라도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은 모두 처벌할 수 있고 관련 자료 또한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조사를 위해 자료를 확보할 수는 있으나 국내 기업과 비교했을 때 시간이 더 걸리고 처벌 또한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업 측 주장 또한 상당히 일리가 있는 셈이다.

온라인 플랫폼법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플랫폼법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매출 규모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을 해외 지사로 이전하는 방법을 사용해 매출을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정부에서 온라인 플랫폼법이 사실상 백지화되고 매출액과 점유율을 고려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직 국내 점유율은 크지 않지만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국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부각되며 역차별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법 등 빅테크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규정하면서 미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법을 이원화해 메타와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 독점규제법은 추후 제정하고 공정화법을 먼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상호 관세가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며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그러나 공정화법 역시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달앱을 먼저 규제하는 쪽으로 논의 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 압박으로 법안이 축소되면서 플랫폼 규제가 미국 플랫폼은 건드리지 않고 국내 플랫폼 먼저 건드리는 모양새가 되면서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다시 떠오르게 됐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명분은 배달 앱 수수료로 소상공인들이 입는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구글과 애플의 앱 스토어에 대해서도 국내 중소 기업들이 꾸준히 고통을 호소해 왔다.

실제로 올해 4월 한국모바일게임협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구글과 애플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중소 게임 업체들의 부담이 크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제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미국 플랫폼의 횡포에 고통받는 영세업체들은 그대로 두냐는 물음에는 대답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어떠한 규제가 만들어질 때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함께 발생하는 부작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럼에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분에 타격을 입은 플랫폼 규제가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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