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생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다이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어지간한 생활용품을 전부 취급하는 다이소의 영역 확장으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1000~2000원대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1~2인 가구 증가와 경기침체 장기화 등에 힘입어 최근 매장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7년 국내에 처음 문을 연 다이소는 지난해 1조5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이후 2년 만에 연 매출 2조원 문턱에 도달한 셈이다.
매장 수도 2009년 500개에서 올 7월말 기준 1180곳으로 8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다이소와 비슷한 컨셉의 매장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다이소는 75%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입지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다이소는 국내 중소기업에서 약 70% 정도의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상품은 중국·동남아·중동·유럽 등 35개국 해외 제조업체 3600여 곳에서 수입해 온다. 불필요한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실용적이고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특성을 유지한다는 게 다이소의 전략이다.
최근 다이소는 플라밍고, 트로피컬 등 매달 특정 콘셉트를 정하고 생필품에 상징적인 색깔을 사용하거나 디자인을 동일하게 꾸며 고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 BCL과 협업해 메이크업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각 분야별 전문가의 시장조사 및 상품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신상품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값싸고 다양한 제품 즐비한 다이소 구름발길
다이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역시 필요한 곳에, 원하는 가격에, 어디든지 있다는 점을 다이소의 강점으로 꼽았다. 필요한 물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한 장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데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홀로 자취를 하면서 어지간한 생필품은 다이소에서 구매한다고 밝힌 이희민(27·남)씨는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다이소를 자주 이용하게 된 것 같다”며 “사실 다이소는 뭘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가기보다 구경할 겸 들렀다가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곳이다”고 말했다.
서류함을 구입하기 위해 다이소를 찾았다는 정도연(30·가명·여) 씨는 “문구점을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다이소로 발길을 돌렸다”며 “이곳은 생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용품을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평소에도 자주 찾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휴가 용품을 사러 들렸다는 박준경(34·여)씨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니 물건 질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물건을 산다”며 “평소에도 어차피 소모품인 생필품은 비싼 돈 주고 사도 교체 시기는 비슷하니까 차라리 싸게 사서 자주 바꾸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 뜨면 인근 상권 초토화…“유통괴물 등장에 생계 막막”
최근 다양한 제품군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높은 인기를 누리는 다이소와 달리 매장 인근에 자리한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이소로 몰리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다이소를 일컬어 ‘유통괴물’이라 부르는 이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일송(62)씨는 불과 50m 거리에 위치한 다이소로 인해 생계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터미널을 이용하는 손님이나 직장인들이 자주 찾았는데 인근에 다이소가 생긴 이후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서초구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25년간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식(66·남)씨는 5년 전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문을 연 다이소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문구점 운영하면서 아들딸 공부 가르치고 다 했는데 이제는 임대료 내고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하물며 연필 하나를 사더라도 다이소를 가버리니까 답답할 따름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는 문구용품 팔아서 40% 정도 이윤을 남겼다면 요즘에는 이윤을 줄여도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며 “손님이 없으니 무턱대로 물건을 많이 들일 수도 없고 잘 팔리지 않는 제품들을 들이지 않다보니 매장이 점점 썰렁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인근에서 10년 넘게 운영하던 문구점은 얼마 전 다이소의 여파로 문을 닫았다.
유통업계에서는 다이소는 출점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한동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SSM 등 유통 대기업은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점포를 출점할 때 각종 제한을 받는다.
특히 전통산업보존구역에 신규 점포를 낼 때는 격주 일요일 휴무나 전통시장 반경 1km 내 출점 금지, 인근 상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다이소는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자유로운 출점이 가능하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다이소법’을 따로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배경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 다이소 관계자는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이들의 주요 매출 품목인 담배, 주류, 쓰레기봉투, 연유제품 등을 비 상생품목으로 지정하고 정책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는 인근 소상공인들의 생계에 영향을 주는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 등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