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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후 5년 고비…성공보다 좌절 맛봐야 정착
진안에서 아산으로 4년간 3번 이사…온몸 쑤셔 새벽마다 잠깨기도
김태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1-28 19:19:43
 ▲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자연에도 주기가 있는데 귀농도 마찬가지로 희망과 좌절이 되풀이 됩니다.
 
귀농 초기에는 주로 마을주민과의 관계나 농사일에 대한 체력적인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착단계인 3~4년 뒤엔 경제적 자립 등 주로 지속가능한 생존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 후 4~5년을 고비라고 말하는데, 머릿속이 이상과 현실의 충돌로 인해 스파크가 주기적으로 일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수용하고 버틸 것인가 아니면 정리하고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결정이 대부분 이 시기에 내려집니다.
 
이상과 현실의 스파크가 일어나는 시기
 
저희도 7년 동안의 시골살이를 돌아보니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집 때문에 겪은 어려움이었는데, 귀농 첫해 빈집을 수리해 살던 우리는 채 일 년이 못 돼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상황이 안됐죠. 결국 그 곳을 떠나와야 했지요.
 
마을 사람들과도 가깝게 지내고 농사일도 많이 배운 곳인데 집 문제 때문에 그 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참 슬펐습니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그래서 견디기 힘들었던, 첫사랑만큼 찐하게 남을 사건이었습니다. 귀농 후 맛본 첫 상처였던 셈이죠.
 
그리고 찾아온 이곳 아산에서는 농사와 지역 농민조직의 간사로 일 하기로 하고 월세를 내며 아담한 흙집에서 살았습니다. 농업과 사무를 함께하려니 맘고생이 심했습니다. 내 농사도 제대로 짓지도 못하면서 남의 농사를 위해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견디기 힘들었나 봅니다.
 
 
 ▲ 농사는 흙을 사랑하는 동화과정이다. 농민들과 뜻을 같이하는 진정한 농군이 되기 위해서는 전원생활이라는 막연한 낭만과 꿈을 일단 접어야 한다. <사진=필자제공>

결국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맘 편하게 농사짓고 살자며 간사 일을 그만두고 전업농부가 되었지요. 그렇게 일년을 월세로 살다가 이곳에서 평생 농사짓고 살려면 우리 집을 갖는 것이 좋겠다 싶어 집을 구하다가 지금 사는 집을 사서 또 한번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사년동안 새로운 마을에 들어가 새롭게 시작한 것이 세 번이나 되었으니 변화무쌍한 생활의 연속이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새로 적응하느라 애쓰고 힘든 만큼 배우고 단련되는 것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엘보와 오십견은 농사일이 주는 선물
 
마을과의 관계가 마음의 문제라면 농사일은 육체와의 싸움 이지요. 도시에서 몸을 무시하고 머리만 굴리고 살아왔던 먹물의 처절한 몸부림은 바로 농사일에서 나옵니다. 첫해는 호미질과 낫질로 손가락 마디 통증이 어찌나 심했는지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아팠습니다.
 
팔 관절이 아픈 ‘엘보’가 오고 어깨가 쑤시는 ‘오십견’을 나이보다 일찍 경험한 것도 농사일을 익히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수업료였습니다. 밤마다 쑤셔대는 허리는 ‘농사는 곧 삽질’이라는 깨달음을 던져 줍니다.
 
몸이 힘든 건 쉬면 나아지니까 그나마 쉬운 문제인데 농작물 하나 하나 심고 거두는 과정에서 오는 좌절은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농사로 어느 정도 몸이 단련되면 농사규모가 늘어납니다. 시골에서 먹고살기 위해선 적정한 경작규모가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농사규모를 늘릴 경우 첫해부터 성공하는 귀농인은 거의 없습니다. 농사실패로 오는 상실감은 육체적인 고통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내가 뭣하러 농사를 짓나’라는 근본적인 되물음을 던져주고 해답을 찾을 것을 요구받게 되니까요.
 
 ▲ 귀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실패를 통해 농민들 마음과 하나가 돼 간다. <사진=필자제공>

귀농운동본부에 따르면 귀농교육을 받은 1500명이 농촌으로 내려갔고 그 중 150여 명은 실패하고 올라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은 귀농한 4명중 3명이 실패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귀농 후 5년 이내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귀농은 어쩌면 실패를 받아들이는 연습일지 모릅니다. 실패를 받아들인다면 마을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힘들게 지은 농사가 실패할 때 맛보는 좌절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이 될 것입니다. 깨지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경작하는 것. 귀농은 바로 눈앞에 펼쳐진 논밭을 통해 마음의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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