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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체조 국가대표팀 성폭력 피해자들과 1900억 원에 합의했다. 사건을 늑장 수사하는 등 부실한 대응에 책임을 진 것으로 미 스포츠계 사상 최악의 성폭력 사건이 뒤늦게나마 수습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법무부가 체조 국대표팀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60)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FBI를 상대로 제기한 139건의 소송을 종결하기 위해 총 1억3870만 달러(1909억 원)를 배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나사르의 혐의가 처음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어야 한다”면서 “피해를 완전 보상할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치유를 위한 지원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나사르는 1986년부터 대표팀 주치의로 일하며 30년간 여성선수들에게 상습적 성범죄를 저질렀다. 피해 사실을 밝히고 나선 여성들이 500명을 넘었다. 나사르는 2018년 연방 및 미시간주(州)법 위반으로 각각 60년형과 최대 17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소송 이래 불편한 진실들이 부각됐다. FBI가 나사르의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 첫 조사에 나선 게 2015년 7월인데 실제 기소는 2016년 11월에야 이뤄졌다. 특히 2015년 피해자의 진술을 청취한 FBI 요원은 나사르가 기소된 이후인 2017년까지도 진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피해는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미 여자 체조계 간판 스타인 시몬 바일스, 맥카일라 마로니 등은 FBI가 나사르의 범죄를 알면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2022년 FB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로니는 2021년 9월 연방 상원 청문회에서 피해 사실 진술도 힘들었지만 진술이 무시당해 더 고통스러웠다며 눈물로 심경을 토로했다.
2021년 법무부 감찰관 보고서도 FBI가 2015·2016년 제기된 나사르의 혐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앞서 미시간주립대에선 2018년 5월 수년에 걸친 나사르의 성범죄를 방치한 데 책임을 지고 피해자 300여 명에게 5억 달러(약 6880억 원) 지급을 합의했다. 미국 체조협회·올림픽위원회 역시 나사르 범죄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500여 명에게 소송을 당한 뒤 2021년 12월 총 3억8000만 달러(5228억 원) 지급에 합의하고 소송을 마무리했다.
이번 FBI 상대 소송에서 피해자 44명을 대리한 믹 그루얼 변호사는 나사르 관련 소송 전체 합의금이 10억 달러(1조3760억 원)에 달했다며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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